에이스급 투수의 마무리 전환. 성공 가능성은 높지만 분명한 전제조건이 따른다.
KIA가 지난해 선발 10승을 거둔 김진우를 마무리로 전환할 계획이다. KIA 선동렬 감독은 "김진우가 작년 구위를 유지한다면 (마무리로) 적임자"라며 다시 한 번 그를 마무리투수로 기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18개의 블론세이브를 저지른 KIA는 뒷문 보강이 절실하고, 고육책으로 김진우를 마무리로 옮기는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역대로 에이스급 투수들의 마무리 전환은 성공적이었다. 선동렬 감독은 1985~1991년까지 주로 선발로 활약했지만 1992년 건초염 부상 이후 1993년부터 마무리로 전환했다. 마무리 전환 첫 해 0점대(0.78) 평균자책점과 함께 10승3패31세이브로 변함없는 위력을 떨쳤다. 일본에 진출한 뒤에도 특급 마무리로 군림하며 화려하게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야생마' 이상훈 고양 원더스 투수코치도 LG 시절 1993~1995년 풀타임 선발로 활약했다. 1995년 선발 20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손가락 혈행 장애로 1997년부터는 풀타임 마무리로 보직을 바꿨다. 1997년 이상훈은 10승6패37세이브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며 구원왕에 올랐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때까지 마무리 보직을 유지했다.
1995·1996·1998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선발로 안정감을 보인 위재영도 2000년부터 마무리로 전환했다. 마무리 첫 해 진필중·임창용과 구원왕 경쟁을 벌이며 3승2패39세이브 평균자책점 2.09로 활약했다. 이듬해에도 평균자책점 1.82에 22세이브를 올리며 마무리로 입지를 다졌다.
1996년 2차례 완봉승과 5차례 완투 포함해 13승을 거둔 두산 진필중도 1998년부터 마무리 전업했다. 1999년 36세이브와 2000년 42세이브로 2년 연속 구원왕에 오르며 최고 마무리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1999년 15승, 2000년 11승으로 두 자릿수 선발승을 거둔 삼성 노장진도 2002년 마무리로 보직을 바뀐 뒤 23세이브, 이듬해 21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로 자리를 굳혔다.
가장 최근에는 LG 봉중근이 성공 케이스다. 2008~2010년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에이스였던 그는 2012년 26세이브를 올리며 마무리로 연착륙했다.
김진우도 위력적인 구위와 선발로서 실적을 볼 때 마무리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과연 그의 마무리 전환이 팀으로 볼 때 얼마나 효율적이냐 여부. 선동렬·이상훈·위재영·진필중·노장진은 마무리 전환 이후 팀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들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이상훈을 제외한 4명은 한국시리즈 우승팀 마무리가 됐다.
해태는 조계현·이강철·이대진, LG는 김용수·최향남·손혁, 현대는 정민태·임선동·김수경, 두산은 이경필·강병규, 삼성은 임창용·엘비라 등 수준급 선발투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의 마무리 전환에 따른 선발진 공백이 크지 않았다. 붕중근이 뒷문을 든든히 지킨 LG는 그러나 선발진이 무너지며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물론 봉중근의 경우에는 팔꿈치 재활 후 첫 시즌이라 긴 이닝을 소화하는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
KIA도 기존의 선발투수 윤석민-서재응-소사-앤서니에 지난 2년간 침체를 보인 양현종의 부활 여부가 김진우 마무리 전환 성공을 좌우할 전망이다. 자고로 마무리투수는 이기는 기회가 많을 때 빛을 보는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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