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성을 지닌다. 팀 사정에 따라 다르기에 정답은 없다. 그래도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프로야구에 마무리 대란이 닥치고 있다. 확실한 마무리를 가진 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도 될 정도다. 현재 2013년 마무리 보직이 사실상 확정된 팀은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4개 팀 가량이다. 삼성(오승환), 롯데(정대현), 넥센(손승락), LG(봉중근)가 그나마 밑그림을 그린 상태다. 나머지 구단들은 아직도 연필을 도화지에 대지 못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마무리 정우람이 입대했다. 박희수라는 대안이 있긴 하지만 왼손 불펜요원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직 조정의 여지는 있다. 두산도 지난해 마무리였던 스캇 프록터와의 재계약하지 않으면서 마무리가 공석이다. 홍상삼이 유력한 후보지만 더블 스토퍼의 가능성도 오르내린다. 가뜩이나 자원이 부족한 한화와 NC의 고민은 더 크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팀은 역시 KIA다. KIA는 윤석민 서재응 김진우에 두 명의 외국인 선수(앤서니, 소사)까지 막강한 선발 로테이션을 자랑한다. 그러나 지난해 18차례나 블론세이브를 저지른 불펜이 말썽이다. 가정이긴 하지만 지난해 KIA에 수준급 마무리만 있었다면 70승 이상의 승부도 가능했다. 이는 여유 있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때문에 KIA는 뒷문 단속에 사활을 걸고 있다. 몇몇 후보가 있는 가운데 가장 앞서나가는 이름은 김진우(30)다. 김진우는 오랜 방황을 끝내고 지난해 멋진 부활에 성공했다. 24경기에서 10승5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했고 공백이 무색케도 두 차례의 완투 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갈수록 구위가 예리해졌다는 점은 올해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김진우의 마무리 전환은 KIA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KIA는 선발이 상대적으로 풍족하다. 김진우가 마무리로 전업한다고 해도 양현종 등 대체 자원들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감독으로서는 경기 막판 든든한 마무리가 있는 것만큼 계산이 쉬운 것도 없다. 팀 전체적으로 안정감 향상에 도움이 되는 무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전 사례도 있다. 넥센은 손승락을 처음 마무리로 기용할 때까지만 해도 선발로서의 활용도를 놓고 다소간 진통이 있었다. 지난해 봉중근을 마무리로 돌린 LG도 마찬가지다. 다만 두 선수는 마무리 보직에 안착함으로써 팀의 경기 후반에 기여했다. 가치 있는 ‘선발승’도 중요하지만 동료의 승리를 지켰다는 측면에서 손해는 아니라는 게 두 구단의 계산법이다. KIA도 이런 효과를 노리고 있다. 임시 마무리로 활용해 양쪽을 오고가며 활약한다면 금상첨화다.
다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원의 배분 측면에서 분명 효율적이지는 않다는 의견 때문이다. 승수를 구체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김진우는 한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경기를 만들어나가는 ‘제대로 된’ 선발투수의 가치는 분명 구원투수의 비중을 뛰어넘는다는 게 야구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우리와 상황은 다르지만 메이저리그(MLB)의 시각으로 옮겨가면 이는 절대적인 진리가 된다.
KIA만 부각되어 있을 뿐 몇몇 팀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SK는 박희수 외에도 선발로 뛸 수 있는 몇몇 자원들의 마무리 기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마무리 경력이 있는 송은범 채병룡과 같은 선수들이다. 이들 역시 선발로 한 시즌을 뛴다면 10승 가량을 책임져 줄 능력이 있는 자원들이다. 한화도 한 때 장기적인 선발감으로 키웠던 안승민의 마무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현역 감독은 “선발 10승이 보장되어 있는 투수라면 구원으로 쓸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KIA처럼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성패는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마무리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나마 다행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본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정답 도출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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