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세상에는 항상 동전의 양면이라는 이론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세상 그 어떤 날카로운 창도 막아내는 방패와 세상 그 어떤 단단한 방패도 뚫는 창’이라는 ‘모순’이라는 말이 버젓이 통용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구관이 명관’과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격언이 동시에 존재하는 게 세상이치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변명 없이 황급히 퇴출시킨 MBC ‘공감토크쇼 놀러와’와 그 후속작으로 ‘토크클럽 배우들’을 마련한 데 대한 평가는 어떨까? ‘배우들’이 방송된 지 이제 2회지만 이미 결론은 났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지난 21일 방송된 ‘배우들’은 첫 회의 4.1%보다 1.8%포인트 하락한 2.3%(닐슨코리아)의 저조한 시청률로 난항을 예고했다. ‘놀러와’의 마지막 회 시청률 4.9%를 돌파하기는커녕 한 자릿수 유지마저 벅차 보일 정도다.
동시간대 경쟁작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가 13.1%로 1위를 차지하고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9.3%로 그 뒤를 이었다. 2위와 3위의 격차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그 말은 다시 말해 역전의 빌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심지어 ‘배우들’은 종합편성채널에까지 뒤지는 굴욕을 안았다. MBN ‘황금알’은 3.7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배우들’은 황신혜 심혜진 박철민 예지원 송선미 고수희 신소율 고은아 민지 등 배우들과 가수 존박, 모두 10명이 고정출연자다. ‘놀러와’를 폐지하고 이 프로그램을 편성한 제작진의 각오와 기대가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기존 토크쇼와 차별화된 신선함과 특별함이 기본뼈대다.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총관객 2억명 시대를 맞아 관객 혹은 시청자들의 영화와 영화배우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만큼 유명 영화배우를 대거 출연시켜 그들과 영화계의 숨은 뒷얘기들을 들려줌으로써 시청자와 영화배우의 간격을 가깝게 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지금까지 기존 토크쇼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발굴해내겠다는 것.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기획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첫 회 오프닝 코스프레쇼에서는 어색한 등장시간 30분으로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지루한 진행을 이어갔으며 이후 흘러나오는 스토리들은 기존 토크쇼에서 보고 들었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저런 얘기를 늘어놓으려면 무엇 때문에 저렇게 많은 이들이 인해전술을 펼치나 하는 과소비의 아쉬움마저 들었다.
2회는 ‘응답하라 배우들’이라는 소주제로 팬들이 보내온 질문에 각 배우들이 직접 답변을 해주는 시간과 ‘엄마’라는 대주제 아래 배우들이 엄마에 대한 진솔한 뒷얘기를 털어놓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배우들의 답변은 기존 토크쇼의 신변잡기와 차별화된 게 전혀 없었고 대주제 역시도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판에 박힌 결말 외에는 전달해주는 게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시청률을 의식한 충격요법은 ‘안타까운 몸부림’이라는 인상 외의 재미를 전혀 주지 못했다. 첫 회부터 고은아와 미르 남매에 대한 주변의 오해에 대해 ‘근친상간’이라는 극단적인 단어까지 써가며 저질방송의 가능성을 열더니 2회에는 고수희의 노출 포스터를 소재로 삼아 시청자를 웃기려 했지만 결론은 더욱 싸구려같은 유머에 그치고 말았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단조로운 2차원적 진행은 하품을 유발하고, 출연자들의 중구난방식 신변잡기 늘어놓기는 특별한 임팩트가 없어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놀러와’의 유재석처럼 뛰어난 MC부재가 커보인다. 여기에 타 토크프로그램과의 차별화가 전혀 없다는 점부터 ‘웃음이냐 감동이냐’는 토크쇼의 목적에 대해 그 어느 요소도 포인트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는 대목까지 차마 두 눈 뜨고 봐주기 힘들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캐스팅의 무성의가 눈엣가시다. 기획의도대로였다면 영화계의 숨은 얘기와 영화배우로서의 차별화된 새롭고 신선한 스토리를 풀어낼 캐스팅을 했어야 했지만 만날 브라운관에서 봐온 배우들, 혹은 어디서 어떻게 봤는지 이름도 잘 모를 배우들로 고정출연진을 꾸렸다는 게 패착이다.
그나마 ‘황금알’은 ’고부갈등 처방전’ ’결혼의 조건’ ‘술 공화국 음주병법’ ’좋은 부모 백서’ 등 다수가 공감할만한 생활 속 소재에 대한 눈에 반짝 띄는 지식을 전달해주기라도 한다. 하지만 ‘배우들’에는 소소한 아이디어나 생활의 발견마저도 없다.
KBS2 ‘리얼 체험 프로젝트 인간의 조건’은 지난해 11월 24일 4회 방송 예정으로 첫 방송된 뒤 계속된 호평에 힘입어 고정방송이 결정됐다. 영화에는 조기종영이나 교차상영이라는 아주 나쁜 관행이 있지만 방송에는 ‘파일럿’이라는 아주 훌륭한 제도가 엄연히 존재한다. ‘인간의 조건’이 썩 좋은 예다.
‘배우들’ 제작진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파일럿’을 선언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생존의 법칙을 새롭게 찾아내는 게 급선무다. 다음 주 방송분에 정준하를 게스트로 초대해 이미 녹화를 마쳤다고 하지만 그게 올바른 돌파구일지 제작진의 현명한 판단능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만약 그렇다면 ‘놀러와’보다 나을 게 뭣인가? 차라리 유재석을 초대하는 게 지명도 면에서라도 더 낫지.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