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선수의 성적표에는 수많은 숫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역전의 베테랑임을 보여주는 훈장이다. 그러나 올해는 모든 것을 잊고 원점에서 시작한다. 명예회복만이 살 길이다.
이혜천(34, 두산) 임경완(38, SK) 송신영(36, NC)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불펜 베테랑들이다. 세 선수의 프로통산 출장 경기수를 합치면 총 1727경기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온다. 그간 쌓아 올린 경력이 화려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당연히 2013년의 키워드는 부활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일본에서 돌아온 뒤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이혜천은 48경기에 나가 1승3패7홀드 평균자책점 7.45에 머물렀다. FA 자격을 얻어 팀을 옮긴 임경완은 32경기에서 2패3홀드 평균자책점 5.40, 송신영은 24경기 1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4.94에 그쳤다. 시즌 개막 당시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모았지만 모두 2군에서 시즌을 마칠 정도로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팀 내 입지도 위협을 받고 있다. 이혜천과 임경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정규시즌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결과였다. 자꾸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 필승조 자리도 내놨다. 송신영은 지난해 말 한화의 2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결국 NC의 특별 지명 때 팀을 옮겼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생각하고 있지만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그러나 이 선수들의 가치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이 살아나야 팀의 불펜 운영에도 숨통이 트인다. 팀 내에서의 희소성도 무시할 수 없다. 두산은 왼손 투수 기근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몇몇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가세하고 있지만 아직은 물음표가 붙어 있다. 경험이 많은 이혜천이 중간 중간 상대의 맹공을 끊어줘야 한다.
임경완도 비중이 커졌다. SK는 지난해 마무리 정우람이 군에 입대했다. 불펜의 연쇄이동이 예상된다. 박희수가 마무리로 이동한다면 필승조 자리에 한 명이 들어와야 한다. 마무리 경험도 있는 임경완이 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안정적인 시나리오 중 하나다. 옆구리 투수라는 점에서 구색 맞추기에도 적임자다. 마무리캠프부터 훈련에 매진해 코칭스태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기대를 걸게 한다.
송신영은 NC 불펜의 정신적 지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비록 지난해 부진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아직 전반적인 기량이 떨어지는 NC에서는 절대적인 전력이다. 팀에서는 마무리 후보로서도 송신영의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경기장 내에서의 활약은 물론 경기장 밖에서도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무거운 책무가 있다.
개인적 사정을 고려해도 2013년은 중요하다. 세 선수는 이제 모두 뛴 날보다 뛸 날이 적다. 한 번 밀려나기 시작하면 ‘세대교체’의 바람에 희생될 수도 있다. 임경완은 당장 올해가 계약 만료고 송신영도 2014년으로 FA 계약이 끝난다. 또 팀 내 불펜도 경쟁구도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과연 세 선수가 명예회복과 팀 성적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2013년을 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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