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를 얻은 거인군단의 배부른 욕심일까.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의 최대 수확 가운데 하나는 탄탄한 불펜 구축, 그 가운데서도 붙박이 마무리투수를 얻었다. 2011년 20세이브를 기록했던 김사율(33)은 지난해 34세이브를 기록, 구단 역사상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 치웠다. 김사율이 뒷문을 틀어막은 덕분에 롯데는 불펜 운용에 있어서 여유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30년이 넘는 구단 역사상 최동원-윤학길-염종석-주형광 등 뛰어난 선발투수는 숱하게 배출했지만 마무리 투수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롯데다. 오죽했으면 1994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를 배출했다. 박동희(2007년 작고)는 46경기에 등판, 73⅔이닝 6승 5패 31세이브 37세이브포인트 평균자책점 3.01로 태평양 정명원(40세이브)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특히 롯데가 세이브왕을 배출하는데는 28년이 걸렸다. 지난 2009년 존 애킨스는 50경기 49⅓이닝 3승 5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3.83으로 두산 이용찬과 함께 공동 세이브왕에 올랐다. 하지만 마무리투수 치고는 높은 평균자책점과 잦은 주자출루(WHIP 1.44)로 인해 애킨스는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올해 롯데 주전 마무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 기존 주전인 김사율에 몸 상태를 끌어 올린 정대현(35)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정대현은 지난해 수술로 8월이 돼서야 1군에 복귀했지만 정규시즌 24경기에서 2승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0.64로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롯데 김시진(55) 감독은 주전 마무리를 점찍지 않았다. 김사율과 정대현 두 명을 더블 스토퍼로 쓸 수도 있지만 1인 마무리 체제로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계투요원이 많은 경기에 등판하면 과부하가 걸린다. 선발투수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김사율과 정대현 가운데 한 명을 주전 마무리로 기용할 것"이라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더블 스토퍼로 롯데 뒷문이 운용된다면 다시 세이브왕이 나오기는 힘든 게 사실. 작년보다 마운드 전력이 더욱 강화된 반면 공격력은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이라 평가받는 롯데는 좀 더 많은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올해도 롯데는 마무리투수의 임무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 세이브왕 경쟁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37세이브로 2년 연속 타이틀을 차지한 오승환(31,삼성)이 건재한 가운데 손승락(32,넥센), 박희수(30,SK) 등이 타이틀을 노린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통해 결정될 롯데의 주전 마무리투수도 충분히 세이브왕 후보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 김사율과 정대현 가운데 한 명이 오승환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롯데 창단 최초로 '토종 세이브왕'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사다.
cleanupp@osen.co.kr
[스페셜 프로모션] 정통야구매거진 오!베이스볼 정기구독 Big이벤트-글러브 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