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4, 스완지 시티)의 경기를 지켜보던 수많은 한국팬들은 가슴이 철렁한 순간을 맞았다. 활발하게 스완지 시티의 중원을 이끌던 기성용이 하미레스의 거친 태클로 인해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기성용은 24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에 위치한 리버티 스타디움서 열린 2012-2013 잉글랜드 캐피탈 원 컵(리그컵) 준결승 2차전 첼시와 홈경기서 선발 출전했다. 이날도 레온 브리튼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은 전후반 내내 스완지 시티의 중원을 조율, 공수에서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지난 10일 첼시의 홈인 스탬퍼드 브리지서 열린 1차전 경기서 2-0 승리를 거뒀던 스완지시티는 이날 한결 여유롭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기성용은 1차전 못지 않은 절제된 플레이로 팀의 공격과 수비를 조율해나갔다. 공을 잡게 되면 적절히 간수해서 전방으로 잘 뿌려줬다.

특히 돋보였던 순간은 바로 부상 직후였다. 전반 37분, 하미레스의 태클에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당한 기성용은 교체가 유력시 될 정도로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공을 빼는 과정에서 발목이 그대로 꺾일 정도로 심한 태클이었지만 크리스 포이 주심은 하미레스에게 경고를 주지 않았고, 기성용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었다.
절뚝거리며 응급조치를 받기 위해 일어설 때까지만 해도 기성용의 교체는 확실해보였다. 그러나 기성용은 밖에서 가벼운 응급조치를 받은 후 곧바로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기성용이 아니면 브리튼과 함께 그의 위치에서 중원을 지휘할 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의 고심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결국 기성용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 결정은 현명한 선택이 됐다. 기성용의 짝 브리튼마저 후반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머리에 부상을 당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기성용을 바꾸었다면 브리튼의 부상까지 더해져 중원의 견고함이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중원에서 자신의 몫을 소화하며 첼시의 공세를 훌륭하게 차단한 기성용은 후반 37분 첼시의 수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 중앙으로 침투, 측면에서 들어오는 에르난데스에게 가볍게 찔러주는 패스를 연결해 슈팅 기회를 만들어주는 등 공격면에서도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후로도 후반 추가시간 네이선 다이어에게 연달아 2번의 좋은 공격패스를 뿌리며 그야말로 공수겸장의 모습을 선보였다.
결국 스완지시티는 기성용의 활약 속에 2차전을 0-0 무승부로 마감하고 합계 2-0으로 승리, 팀 역사 101년 만에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라우드럽 감독이 기성용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보인 셈이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