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남자-남자의 케미(chemistry에서 유래된 단어, 사람 사이의 화학반응)가 남-녀의 그것보다 더 뜨거울 때가 있다.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영화 '베를린'의 최고 볼거리 중 하나는 주인공 하정우-류승범의 케미다.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란 수식어로 불릴 만큼 영화는 고난도 와이도 액션부터 맨몸 액션, 총격 액션, 폭파 액션 등 스케일 큰 액션들이 등장하는데,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와이어 장면이나 폭파 액션신, 총격신 역시 볼 만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의 날렵하고 프로페셔널한 맨몸 액션은 감탄과 스릴을 자아낸다.
여기에 우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북한 고스트 요원 표종성 역을 맡은 하정우와 어딘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듯한 뱀 같은 악역인 북한 최고 권력자의 아들 동명수로 분한 류승범은 서로 다른 개성과 색깔로 부딪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화학작용을 낳는다. 극 중 부부 역을 맡은 하정우-전지현의 케미도 상당하지만 하정우-류승범은 전혀 다른 세계가 만난 것처럼 절묘한 조화를 선보인다.

영화 후반부 집이 폭파된 후 벌어지는 하정우와 류승범이 선보이는 오랜 시간의 맨몸 액션 신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상으로 두 배우가 지닌 남다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앞서도 이런 남-남 케미는 많은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2010년 개봉한 영화 '의형제'는 전혀 안 어울릴 듯 묘하게 어울리는 선후배 송강호과 강동원 조합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지난 해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의 하정우와 최민식 커플(?)은 남자들의 진한 케미가 어떻게 스크린을 압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런가하면 지난 해 1000만 클럽에 가입한 '광해:왕이 된 남자'는 이병헌-한효주 보다도 이병헌-류승룡의 케미가 더욱 시선을 사로잡으며 입에 오르내렸다. 한국영화계에서 대표적 남-남 케미는 '사생결단'과 '부당거래'의 황정민-류승범, '추격자'와 '황해'의 김윤석-하정우가 꼽히기도 한다.

외화 '디스 민즈 워'는 3각 관계의 영화 속에서도 어떻게 남-남 케미가 빛을 발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배우와의 케미 보다는 크리스 파인-톰 하디 남정네들 끼리의 케미가 더 재미있었던 것. 떠오르는 영국 배우 마이클 파스벤더는 제임스 맥어보이와 '엑스 맨:퍼스트 클래스'를 찍고 난 뒤, '결혼설'에도 휘말린 바 있다. 그들의 팬이 제임스 맥어보이와 결혼한 것이 아니냐는 다소 엉뚱한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 만큼 둘의 케미는 두고두고 길이 남을 만큼 유명하다. '아이다호'의 키아누 리브스와 리버 피닉스는 남남 케미의 전설이다.
실제로 한 남자 배우는 "상대 남자배우와 연기할 때는 성별은 같지만 남녀 캐릭터처럼 '밀당'하고 연애하는 기분이 든다. 남남 커플의 영화를 보면 실제로 두 남녀가 연애하는 멜로드라마와 비슷한 구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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