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의 양아치스러움을 좋아하세요?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1.24 16: 51

배우 류승범이 연기하면 검사까지도 양아치스럽다. 모든 작품과 캐릭터를 관통하는 '류승범스러움'을 지닌 그는 자신의 이런 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영화 '베를린'(류승완 감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맡은 인물 동명수는 어딘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듯 제정신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표종성(하정우)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악역, 매력적이다. 다른 누가 이런 캐릭터를 이처럼 표현해낼까 생각해보면 류승범식 전매특허가 존재하는 것은 확실하다. 돈이 적게 든 영화이든 '베를린'처럼 100여억원대 대작이든 장르나 규모는 경계가 되지 못한다.
처음부터 동명수가 마음에 들었다는 그는 '콜!'하고 바로 역을 수락했단다. 흐물흐물 뱀 같은 이 악역을 어떻게 설정했을까, 그리고 어떤 역을 하더라도 그 속에 담긴 본인의 양아치스러움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명시돼 있는 악한 인물을 단면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그런 인물을 입체적으로 구상하는데 있어서 표현 방식을 저 스럽게 쓴 거죠. 악함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텐데, 내가 바라본 동명수의 악함은 외형적으로 표현되는 게 악한 게 아니라 이 인물이 갖고 있는 배후가 무서운 거였습니다. 사회 구도나 아버지의 권력 같은 것들. 그것들이 사람을 숨죽이고 숨막히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사람이 누구 앞에서 딱딱하고 무섭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거죠. 차라리 모사를 부리는 인물이면 어떨까 생각했죠. '와 무섭다' 보다는 '아 정말 싫다' 이런 느낌."
그의 말처럼 동명수를 보고 '아 정말 나쁘다'는 불쾌한 기분에 사로잡히면서도 피식 웃게 만드는 힘은 양아치스러움 때문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부터 '품행제로', '아라한 장풍대작전', '사생결단', '주먹이 운다', '수상한 고객들', '부당거래'까지 어딘가 찌질하지만 매력적인 피끓는 청춘 연기의 1인자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류승범에게 숱하게 봐온 모습이 이 북한 요원에게도 있다.
"양아치스럽다고요? 장점화해서 보려고 해요. 그게 제 무기잖아요. 하하. 단점화해서 보기 보다는 그런 면모를 좋아하시는 관객들이 있으니 그것 조차도 기대치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먹어서도 어떤 캐릭터가 류승범화되는 것을 기대하시는 분이 있다면, 그건 제게 특기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류승범은 자신의 꿈에 대해 "60살이 돼 친구들과 지팡이를 짚고 만나서 '우리 어느 클럽 갈까?'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믹 재거가 내 인생의 롤모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 모습은 어떨까? 그는 스스로 식탐도 많지 않고, 굉장히 예민하다고 말했다. "예민함을 무디게 하고 싶어요. 팬들에게도 막 친절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 감정에 솔직한 편이죠. 하지만 긍정적이고 싶은 사람입니다. 긍정적인 사람들이 주는 좋은 기운을 닮고 싶어요. 아직 '긍정적인 인간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더욱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류승범의 장점은 또 옷을 잘 입는다는 것, 즉 남들이 감탄할 정도의 패션 감각이 있다는 것과 몸을 잘 쓴다는 것이다. '베를린'에서도 별 것 아닌 옷을 걸친 듯 한데 패셔너블한 느낌이다. 그는 "실제적으로 북한 고위층 자제들 중에는 속옷까지 명품인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 유복한 생활을 하는 사람인 만큼 취향은 뒤떨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외모에도 신경을 쓰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 붙인 한 마디. "제가 뭘 걸쳐도 패셔너블 하니까요. 하하. 농담인 것 아시죠?"
그간 작품 속에서 많은 액션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맨몸 액션에 더해 총격신도 보여준다. 처음으로 손에 총을 쥐어 본 그는 "너무 좋더라. 스트레스가 풀리고 사운드 쾌감이 있어 좋았다"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실질적으로 총은 평상시 다룰 수 없는 거라 그런지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게 너무 흥분되고, 위험하니까 묘한 쾌감이 있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영화 속 등장하는 총은 총탄만 넣지 않은 실제 총이었다.
액션 연기를 하며 다친 부분이 없냐고 묻자 "부러지고 꼬매고 이런 정도의 영광의 상처가 남아있어야 부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건데, 그런 게 하나도 없다"라며 본인의 몸 감각을 인정했다. "춤도 좋아하고 몸을 움직이고 액션 연기하는 것을 좋아해요. 이 쪽 부분은 자신있습니다."
본인의 필모그래피에서 애착이 가는 작품들을 꼽아달라고 하자 잠시 생각하더니 "내 20대를 돌아보면 몇 가지 꼭지가 있는 것 같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품행제로'로 본격 시작을 알렸고 대 선배(최민식)를 만나 '주먹이 운다'를 촬영하면서 연기 공부가 많이 됐어요.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부당거래'의 역할도 좋았어요. 관객분들에게도 많이 사랑받았죠." 그가 꼽은 영화계 '절친'은 선배 최민식과 황정민이다.
언젠가는 양아치 연기의 끝을 보여주겠다는 그이지만, 그런 연기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연상녀를 사랑하는 드라마 '고독'이 있었고, 류승범이 이런 유들유들함도 가능하구나,란 것을 느끼게 해 준 영화 '용의자 X'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류승범의 양아치스러움을 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는 "대단한 것을 안 하더라도 오래 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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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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