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신자 캐릭터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팀 및 개인 간 대결에서 거침없는 배신과 기가 막힌 사기(?) 행각을 벌이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주인공은 MBC ‘무한도전’의 노홍철과 SBS ‘런닝맨’의 이광수.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간판 예능프로그램에 나란히 출연 중인 두 사람은 ‘배신자 캐릭터’를 십분 살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물론, 프로그램의 스토리를 더욱 극적으로 살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무한도전’ 노홍철

‘무한도전’ 내에서 노홍철은 배신의 아이콘이자 사기꾼의 전형으로 불린다. 빠른 두뇌 회전과 귀신 같이 잘 맞아 떨어지는 눈치를 이용해 멤버들을 속이고 원하는 것을 손에 얻으며 배신의 아이콘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노홍철의 배신자 캐릭터가 빛을 발하는 건 ‘무한도전’이 추격전을 진행할 때다. 7명의 멤버들에게 지령을 주고 미션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갖가지 추격전에서 노홍철은 노련한 심리 게임을 벌이며 멤버들을 하나, 둘 제쳐나간다. 통신장비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나 역할 등을 거짓으로 대는 것은 기본이며, 동맹을 맺었더라도 아차 하는 순간 여지없이 뒤통수를 때린다.
최근에는 노홍철의 이 같은 배신자 캐릭터가 가수 싸이와의 만남으로 인해 더욱 극대화됐다. 달력 배달 과정에서 싸이를 만난 노홍철이 미국 진출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냈기 때문. 특히 노홍철은 미국 진출과 ‘무한도전’ 출연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멤버들의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미국 진출”을 외쳐 ‘무한도전’ 8년 방송 중 배신의 최고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 ‘런닝맨’ 이광수
이광수는 ‘런닝맨’에서 ‘배신자’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고 있다. 다양한 게임을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이름표 떼기를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런닝맨’의 진행 특성상 멤버들끼리의 배신은 부지불식간에 이뤄지지만, 그중 유독 이광수에게 배신자 닉네임이 붙은 건 그가 프로그램 내에서 최약체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프로그램 내에서 불리는 ‘기린’ 닉네임과도 연관이 있다. 큰 키에 수줍은 얼굴로 곳곳이 허점투성이인 이광수는 ‘런닝맨’ 추격전에서 ‘호랑이’ 김종국에게 매번 제압당하고, 약삭빠른 ‘메뚜기’ 유재석의 기지에 매번 당하며 가장 빨리 이름표가 뜯기기 일쑤. 3년째 '런닝맨'을 이어가고 있지만, 1회성 게스트로 출연하는 아이돌 멤버들이나 배우들에게도 힘 한 번을 쓰질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생존력을 끝까지 지속시키기 위해 추격전 과정에서 동맹을 맺지만, 위험에 처했다 싶으면 이를 바로 파기하고 또 다른 멤버와 손을 잡는 등 이른바 배신의 아이콘으로 불리게 된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광수의 ‘런닝맨’ 우승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그 횟수가 적었고, 이 같은 ‘배신 행각’ 역시 프로그램 내에서 ‘능력자’ 김종국과 대적점에 서는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며 밉지 않은 캐릭터로 사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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