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최고의 신사 품격' 고(故)스탠 뮤지얼을 추억하며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3.01.25 06: 40

메이저리그 전설의 강타자 스탠 뮤지얼이 지난 1월 19일(현지 시각) 93세의 나이로 타계해 장례식이 24일 세인트루이스 대성당과 26일 뉴욕 대성당에서 추기경 주관 아래 거행됩니다.
필자가 중학 1학년 때 서울운동장에서 직접 본 그의 모습은 당시 신문에서 전해 들은대로 최고의 타자-신사의 품격을 갖춘 선수였습니다.
당시 젊은 신문 한국일보(사장 장기영)의 초청으로 메이저리그 팀으로는 처음으로 와 1958년 10월 21일 경기를 벌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뮤지얼 모습은 지금까지도 인상 깊습니다.

한국에서 일정은 세이트루이스와 전서울군의 한차례 대결이었는데 전서울군은 사실상 대표팀이었습니다.
전서울군 멤버엔 김양중, 장태영, 박현식, 성기영(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김희련, 김진영(전 삼미 슈퍼스타즈 감독), 서동준, 배용섭 등으로 짜여졌습니다.
시구는 이승만 대통령이 노구를 무릅쓰고 직접 서울운동장에 나와 본부석 백스크린 뒤에서 임시변통으로 그물을 일부 찢고 그 사이로 공을 던져 포수 김영조가 받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습니다.
백인으로 멋지게 생긴 뮤지얼은 1회초 3번타자로 나와 전서울군의 선발 배용섭으로부터 가볍게 우중월 2루타를 뽑아 선제 타점을 기록해 만원을 이룬 관중들로부터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2회부터 구원 등판한 좌완 김양중은 4번 보이야를 플라이 처리하는 등 7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해 광주서중(광주일고 전신) 에이스 출신다운 예리한 투구를 해 전서울군의 대패를 예상했던 관중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죠.
뮤지얼은 6회초 타석에서 김양중과 대결했을 때 볼카운트 2-1에서 낮은 스트라이크성 공에 미국인 구심이 볼을 판정하자 고개를 숙여 포수 미트의 위치를 확인한 뒤 빙그레 미소를 짓더군요. 그리고 다음 공이 바깥으로 빠지는 코스로 들어왔지만 헛스윙하고 덕아웃으로 뛰어갔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삼진을 인정한 것입니다.
호투하던 김양중은 8회와 9회에 한점씩 내줘 경기는 세인트루이스의 3-0, 승리로 끝났습니다. 전서울군은 성기영, 김희련, 김양중이 각각 안타 하나씩 때려 3안타, 무득점으로 마쳤지만 열렬한 박수를 받았습니다.
뮤지얼은 이 해에 메이저리그에서 3,000안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뮤지얼은 타이 콥, 베이브 루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전설적인 좌타자입니다. 신사적인 성품으로 ‘더 맨(The Man)’이라 불리며 존경을 받았던 인물로 모두가 사랑한 위대한 선수였습니다.
1941년 ML에 데뷔해 1963년 유니폼을 벗기까지 세인트루이스에서만 23년을 뛰었습니다. 처음에는 투수로 입단했으나 곧 어깨를 다치자 타자로 전향해 통산 타율 3할3푼1리, 3,630안타, 홈런 475개, 1,951타점로 통산안타는 역대 4위, 타점은 6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1만972 타수에 삼진은 696개만 기록해 한 시즌 평균 32개의 삼진으로 가장 적게 삼진을 먹었습니다. 보통 메어저리그에서 최고의 외야수를 꼽으라면 테드 윌리암스, 스탠 뮤지얼, 윌리 메이스, 리키 핸더슨, 배리 본즈 등을 거론하는데 이중에서도 뮤지얼은 경기장 안팎에서 인자한 미소로 존경받는 인물로 꼽혔습니다.
심판에게 항의하지 않고 팀 동료들과 싸움을 한 적도 없는 신사입니다. 클럽 하우스에서 카드 놀이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열심히 연습을 하고 투수와 투구를 어떻게 상대할 지를 연구하는 선수로 43살 생일 직전까지 선수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윌리 메이스(82)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뮤지얼을 험담하는 사람을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진정한 신사였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야구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절 처음으로 본 스탠 뮤지얼과 메이저리그 팀,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 해서 자신만만하게 던진 김양중씨의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추억이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뮤지얼과 같은 신사의 품격을 갖춘 야구인이 한 사람쯤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1958년 내한했을 때 김포공항에서 뮤지얼(가운데)과 장기영 한국일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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