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문제로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였던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의 ‘해결사’는 박재홍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박재홍도 선수협을 떠나야 한다. 이에 또 다른 해결사가 나타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난항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1년 12월 제 7대 선수협 회장으로 선출됐던 박재홍은 25일 은퇴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대스타를 떠나보내는 프로야구계의 아쉬움도 크지만 선수협에도 비상이 걸렸다. 선수협 규약상 선수협 회장은 오직 현역선수만이 맡을 수 있다. 현역의 신분을 벗는 박재홍은 선수협 회장직도 내려놔야 한다.
당장 새로운 회장을 추대해야 하는 선수협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상황이 문제다. 선수협 회장을 뽑으려면 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그 투표인단인 선수들이 죄다 스프링캠프차 해외로 나가있다. 이들이 다시 모이려면 3월 초는 되어야 한다. 제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시범경기 등이 빡빡하게 이어지는 일정을 감안하면 총회 개최 시점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후보군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변수다. 박재홍의 회장 선출 당시에는 각 구단마다 1명씩 후보가 나왔다. 그 8명의 후보 중 박재홍이 87표를 얻어 서재응(KIA·85표)을 제치고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등에 떠밀려 출마한 후보가 대다수였다. 박재홍 스스로도 그런 경우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선수협 회장직이 운동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 구단과의 마찰을 껄끄럽게 여기는 인식도 여전히 존재한다. 발 벗고 나설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팀 내 입지가 확고하고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스타 선수들이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도중 하차한 박재홍의 사례가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선수들은 대개 몸을 사린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처럼 현역 선수 외에도 회장을 맡을 수 있게끔 규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지만 역시 공감대가 형성되기까지는 다소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래나 저래나 쉽지 않은 일이다.
전임 집행부의 비리 혐의로 망가졌던 선수협은 최근 들어서야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10구단 창단을 놓고 골든글러브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조직력도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중심에서 사안을 진두지휘했던 박재홍의 하차로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차기 회장 선출에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그동안 이뤄낸 성과가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중대한 기로에 선 선수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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