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통과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건성으로 듣지 말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건만… 우스갯소리가 아님을 미국에서도 다 봤을 텐데 이런 일이…”
이만수 SK 감독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하지만 원칙을 지킨 선택임을 강조했다. 이만수 감독이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SK는 지난 3일 팀 내 투수 6명을 먼저 미국 애너하임으로 보냈다. 엄정욱 채병룡 박정배 박희수 송은범 김광현이었다. 이들은 부상 경력이 있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공통점이 있었다. 추운 한국보다는 따뜻한 곳에 먼저 몸을 추스르고 만들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이들은 당초 24일 애너하임에서 곧바로 플로리다 팀 스프링캠프로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틀어졌다. 플로리다 땅도 밟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유는 테스트 불합격이다.
SK는 1월 초와 중순에 걸쳐 국내에 남아 있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테스트를 진행했다. 체중, 체지방률, 근육량을 측정해 기준치에 미달된 선수들은 플로리다 캠프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박경완 최영필 전유수가 테스트에 불합격해 캠프 합류가 불발됐다. 이 감독은 몇 차례 선수단에 엄포를 놨고 실제 행동으로 움직였다.
6명의 선수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받았다.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이만수 감독은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6명의 선수들은 출국 전인 12월 30일과 1월 2일에 걸쳐 테스트를 실시했다. 모두 기준치 미달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몇 차례 당부를 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가기 전에 허재혁 트레이닝 코치에게 ‘통과하지 못하면 캠프 합류는 없다. 올해는 철저히 지키겠다. 20일 가량 시간이 있으니 반드시 통과하도록 하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이 감독의 기대와 반대로 나타났다. 6명은 테스트에서 모두 낙방했다. 이 감독은 고민 끝에 이들에게 귀국 명령을 내렸다. 이 감독은 “나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원칙대로 하기로 했다. 누구를 봐주고 하면 팀을 이끌어나갈 수가 없다”라고 배경을 털어놨다.
6명은 공히 SK 전력의 핵심이다. 이들이 없는 SK의 마운드는 상상할 수 없다. 이 감독도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 감독은 “왜 걱정이 안 되겠나.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라면서 “일단 김용희 2군 감독을 비롯해 한국에 남아 있는 코칭스태프에게 훈련을 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언제쯤 캠프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감독은 “생각 중이다. 2군에 맡겨 놨으니 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6명의 선수들은 25일 귀국한다. SK의 스프링캠프가 큰 변수와 함께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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