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귀국’ 박희수, WBC 전선 비상 걸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25 10: 54

따뜻한 플로리다로 날아가야 할 선수들이 추운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6명의 선수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이름은 단연 박희수(30)다. 제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전력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는 지난 3일 미국 애너하임으로 먼저 떠나 재활에 임했던 소속 투수 6명(채병룡 엄정욱 박정배 박희수 송은범 김광현)을 귀국시키기로 결정했다. 팀이 정해놓은 테스트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중, 체지방률, 근육량 측정 결과 6명 모두 낙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수 SK 감독은 고민 끝에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합류 대신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6명의 선수들에게는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출국 전 한 차례 테스트를 실시했으나 모두 기준치에 미달됐다. 이 감독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게 몸을 만들라”라고 당부했지만 미국에서 진행된 두 번째 테스트에서도 합격자는 없었다. 이미 국내 잔류파들도 똑같은 기준에서 캠프 탈락자를 가린 SK다. 6명 모두 팀 마운드의 핵심 선수들이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예외를 두기는 어려웠다.

이들은 한국으로 돌아와 2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다. 이 감독은 “언제 캠프에 합류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 하는 것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자체가 먹구름의 징조다. 아무래도 날씨가 추운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몸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시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그 중에서도 박희수가 가장 문제다. WBC 출전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WBC는 3월 초에 열린다. 출전 선수들은 좀 더 몸을 일찍 만들어야 하는 고충이 있다. 그런데 박희수는 대표팀 발탁 선수 중 한국에 남는 유일한 선수가 됐다. 만약 SK의 플로리다 1차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할 경우 한국에서 곧바로 대만전지훈련에 참여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중도에 캠프 참가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어찌됐건 시간적 손해가 크다.
박희수가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대표팀은 가뜩이나 왼손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그간 대표팀의 왼손 에이스였던 류현진(LA 다저스)는 개인사정을 이유로, 류현진과 함께 왼손 트리오를 이뤘던 김광현(SK) 봉중근(LG)은 부상으로 불참이 확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좌·우를 가리지 않는 왼손투수 박희수의 비중은 모든 관계자들이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박희수는 정상적으로 몸을 만들 기회를 놓쳤다. 대표팀의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단 SK는 대표팀에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의해 박희수는 따뜻한 곳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따뜻한 곳에서의 훈련은 물론 박희수 만을 위한 전담팀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대표팀에 영향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래도 불안감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만약 박희수가 완벽한 컨디션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간 류중일 감독이 세웠던 대표팀의 마운드 운영 방안이 모조리 꼬일 수도 있다. 소속팀 SK를 넘어 대표팀까지 고민에 빠뜨리는 테스트 결과다. 박희수는 25일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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