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 야구장이 더 괜찮은가요?"(김기태 감독) "다 비슷하지. 우리 쪽이 조금 더 좋지 않나?"(김시진 감독)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가 1차 전지훈련 캠프를 꾸린 사이판은 태평양 서부 미크로네시아에 떠 있는 섬이다. 사이판의 평균 기온은 27도로 연중 기온차가 1~2도에 지나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기후를 가진 곳이라 예전부터 야구 팀들의 동계 훈련지로 각광을 받아왔다.
이번 전지훈련에는 국내 구단 가운데 롯데와 LG가 사이판에 캠프를 꾸렸다. LG는 이달 20일 사이판으로 건너 왔고 롯데는 23일 사이판에 도착했다. 다른 구단이 더 들어오고 싶어도 사이판에는 최소한의 훈련시설이 갖춰진 야구장이 단 2개 뿐이라 사실상 불가능하다. 롯데는 섬 북부에 위치한 마리아나 구장을 이용하고 있고, LG는 섬 남부에 있는 수수페 구장에서 훈련을 진행 중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25일 오전 롯데가 훈련하고 있는 마리아나 구장을 찾아갔다. 롯데가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하면서 김시진 감독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였다. 재미있는 점은 두 감독 모두 태어나서 처음 사이판에 왔다는 점. 김시진 감독은 주로 미국과 괌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고, 김기태 감독 역시 미국이나 오키나와는 다녀왔어도 사이판은 처음이었다.
김시진 감독은 "(코치 생활을 시작한) 1993년 태평양 때부터 (현대 마지막 해였던) 2007년까지 줄곧 플로리다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넥센에서도 미국 전지훈련을 갔기 때문에 사이판은 처음"이라면서 "사이판이 시설은 조금 떨어져도 날씨는 운동하기 제격"이라고 만족한 기색이었다. 김기태 감독 역시 "괌으로 훈련을 왔다가 경비행기로 (사이판에) 잠시 스쳐간 적은 있어도 훈련을 하는 건 처음"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야구를 즐기지 않는 작은 섬 사이판이기에 야구장 시설은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 당연히 미국 본토에 비하면 인프라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플로리다나 애리조나에 가면 시설은 좋지만 시차 적응때문에 며칠을 허비한다. 사이판은 비행기로 4시간 정도밖에 안 걸리니까 그건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야구장 시설에 대해서는 두 감독 모두 아쉬움을 표했다. 김시진 감독은 "선수들이 충분히 러닝할 곳이 부족하다"고 말했고 김기태 감독 역시 이에 동의했다. LG는 구단 직원이 선발대로 1월 초 사이판에 먼저 들어가 구장을 새로 만들다시피 해서 훈련 시설을 갖췄다.
확실한 건 선수들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은 갖춰졌다는 점이다. 휴양지인 사이판은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아 선수들이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싶어도 12시 전에는 들어올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사이 섬의 경기가 나빠지며 문을 닫는 상점이 늘어나 야구 밖에는 할 게 없는 곳이 됐다. 김시진 감독은 "어차피 1차 캠프는 시설이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다. 2차 캠프에서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가기 전까지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몸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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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백승철 기자,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