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스페셜 리스트도 적극적으로 키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에 한창인 한화는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인원을 데리고 대규모 캠프를 치르고 있다. 투수 25명, 포수 4명, 내야수, 10명, 외야수 8명 등 무려 47명의 선수단을 꾸렸다. 2012년 41명, 2010~2011년 42명, 2009년 45명과 비교하면 확실히 많은 인원이다.
지난 2008년 47명에 이어 5년만의 대규모 캠프. 하지만 구성원을 보면 2008년과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2008년에만 하더라도송진우·구대성·정민철·문동환·최영필·이영우·김민재·조원우 등 35세 이상 베테랑 선수들이 무려 8명이었지만 올해는 박정진·최승환·강동우 등 3명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신인 선수만 7명이 캠프에 포함될 정도로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합류했다.

전력들이 많이 빠진 투수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김태완과 정현석이 가세한 야수진에도 낯선 새얼굴들이 눈에 띈다. 내야수 신석기(24) 임익준(25) 조정원(23) 외야수 임세업(30)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 1군에서 뛴 기록이 전혀 없는 선수들이지만 김응룡 감독은 코치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이들을 스프링캠프까지 데리고 들어왔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사실 이름만 놓고 보면 캠프에 왜 포함됐는지 의문을 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특기가 있는 선수들"이라며 "신석기는 발이 빨라 대주자로 쓰기에 좋다. 임세업은 수비가 안정돼 있고, 임익준과 조정원도 수비와 주루에서 쓸 수 있다. 자신만의 특기를 살린다면 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캠프에 데려온 것도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당장 주전은 아니라도 든든한 백업으로 특기를 발휘한다면 선수층을 더욱 깊이 만들 수 있다. 한화는 그동안 주전 뿐만 아니라 백업층도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확실한 장기가 있는 선수들도 많지 않았고, 그들의 활용폭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이른바 '스페셜리스트'로 키움으로써 요긴한 순간 활용하겠다는 게 김응룡 감독의 복안이다. 김성한 수석은 "중심타자들이 발이 느리거나 수비가 약하기 때문에 승부처에서 이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누구나 가능성이 있으면 기회를 주겠다는 무한경쟁의 실현 의미도 있다. 신인 조정원에 신석기와 임세업 모두 신고선수 출신으로 해외 스프링캠프 참가는 처음이다. 김성한 수석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누구에게든 기회가 주어진다. 주전이 아니라도 팀에 도움될 수 있는 길을 많다. 선수들이 의욕을 잃으면 안 된다. 감독님 역시 한두 명이라도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응룡 감독은 "코치들이 한 명이라도 더 캠프에 데려오고 싶어했다"며 대규모 캠프 인원을 설명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흙속의 진주를 캐고 싶은 김 감독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있다면 투자하고 육성해서 키우겠다는 게 김응룡 감독의 리빌딩론이다. 한화의 '스페셜리스트' 키우기도 그래서 더욱 시선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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