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원 코치, “스플리터, 남발하면 안 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1.26 14: 00

엄밀히 따지면 정통 포크볼이라기보다 직구와 팔스윙을 거의 똑같이 가져가는, 직구 변종 구종인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스플리터)이다. 두산 베어스 선발진의 혁신을 가져온 ‘이노베이션 콤비’ 노경은, 이용찬에게 스플리터를 전수한 정명원 두산 투수코치가 스플리터를 권유한 계기와 적절한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 코치는 현재 일본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 중인 두산 투수진을 바라보며 또 다른 히트상품 배출을 기다리고 있다. 1989년 태평양 데뷔 이래 선발-마무리를 오가며 75승 142세이브를 올린 명투수 출신인 정 코치는 지난해 두산에서 지도자로서 새 도전을 선택했고 두산이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우리 투수들을 지켜보면 내 현역 시절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이야기한다. ‘못 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안 하니 못 하는 것’이라고. 해보지도 않고 지레 포기하려 하기보다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쏟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 내 지도철학이다”.

지난 시즌 두산 투수진에서 가장 혁혁한 성과를 거둔 투수들로 노경은과 이용찬을 꼽을 수 있다. 셋업맨에서 시즌 중 선발로 보직을 변경한 노경은은 선발 전향 후 10승 4패 평균자책점 2.23으로 에이스 노릇을 하는 등 12승을 따내며 일약 팀 내 최고의 투수로 떠올랐고 이용찬도 사실상 첫 풀타임 선발로서 10승을 수확했다. 둘은 나란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하며 활약상을 인정받았다.
이들의 가장 큰 변화상 중 하나는 바로 스플리터의 장착. 현역 시절 정 코치도 뛰어난 스플리터 구사력을 선보이며 구원왕 타이틀과 골든글러브, 그리고 한국시리즈 사상 유일무이한 노히트노런(1996년 해태 상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팔꿈치 부하도가 큰 정통 포크볼과 달리 정 코치가 전수한 스플리터는 직구와 팔 스윙을 비슷하게 가져가며 그립만 포크볼에 가깝게 끼우는, 그만큼 부상 위험도는 포크볼보다 덜한 구종이다.
“두산에 처음 왔을 때 직구 구위가 뛰어난 파이어볼러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느꼈다. 따라서 이 친구들의 투구 스타일에 맞는 변화구종을 장착하는 데는 스플리터가 알맞다고 생각했다”. 직구와 똑같은 움직임으로 날아들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뚝 떨어지는 공인 만큼 타자를 현혹하기에는 확실히 좋은 공이 스플리터였다는 것이 정 코치의 회고다.
“노경은과 이용찬은 물론 지난해 셋업맨으로 맹활약해준 홍상삼의 경우 그만큼 지난해 열심히 훈련하며 자신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물을 보여줘 코치로서도 너무나 뿌듯하고 고맙다. 그 외에도 서동환, 김강률 등 아직 잠재력을 만개하지 못한 선수들도 올 시즌 확실하게 힘을 쏟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코치로서 보람이다”.
단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정 코치는 스플리터의 남발 현상에 대해서는 반드시 삼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투수는 제구되는 직구로 승부를 봐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힌 정 코치는 특히 선발 요원의 경우 스플리터의 남발이 직구 구속의 하향세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남용하지 않기를 바랐다.
“오승환(삼성)처럼 경기 당 짧게 전력투구를 하는 마무리, 계투의 경우는 몰라도 선발 투수는 한 경기에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지며 완급조절을 해야 한다. 그 가운데 경기 당 스플리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결국에는 직구 구속의 저하 현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스플리터는 제대로 던져야 할 때 결정구로 써야 한다”.
전가의 보도도 마구 휘두르면 칼날이 닳는다. 칼날이 닳으면 더 이상 전통있는 칼로서 그 매력을 잃게 마련. 그만큼 정 코치는 투수들이 매력적인 구종 스플리터를 주야장천 던지는 뻔한 패턴의 공이 아닌, 결정적인 순간 꺼내드는 무기 중 하나로 숨겨뒀다 꺼내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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