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칼집에 손을 댔다 놓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더 이상은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결국 칼을 빼든 모양새다. 과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칼을 통합창원시에 휘두를 것인가. 모든 것은 창원시의 자세에 달려있는 가운데 연고이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구단 문제가 해결되니 9구단 NC 다이노스를 놓고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기고 있다. 경기장 때문이다. 창원시는 9구단 NC를 유치하면서 5년 이내에 2만5000석 규모의 새 야구장을 지어주기로 약속했다. 유치 과정에서 드러난 창원시의 적극성을 고려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소식이 없다. 아직 삽도 뜨지 못했다. ‘유효기간’인 2016년 3월까지의 신축 구장 확보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 자체로도 약속 불이행인데 앞으로의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정치적 논리에 신축 구장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합 청사 위치를 놓고 불거진 지역 간의 신경전이 애꿎은 야구장 신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지역 배분을 하다 보니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진해에 야구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야구계는 물론 당장 지역 야구팬들부터가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바라보는 야구계는 속이 탄다. NC는 창단 당시 공탁금 개념인 가입 예치금 100억 원을 KBO에 납부했다. 5년 이상의 구단 운영은 물론 야구장 신축도 걸려 있다. 창원시의 약속만 철썩 믿었던 NC로서는 100억 원이라는 거금을 허공에 날릴 수도 있다. 창원시와의 관계 때문에 말은 못하지만 심정이 편할 리 없다. 그 100억 원을 손에 쥔 KBO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KBO는 지난 2011년 10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야구장 건립과 관련된 질의서를 창원시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시는 그 때마다 “야구장 건립 약속을 성실히 이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지부진하자 좀 더 강경한 대책을 들고 나왔다.
KBO는 25일 신축 야구장 건립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부지 선정과 관련된 공식 답변을 요구하는 문서를 전달했다. 야구장 건립에 대한 위치 선정 타당성 조사 내용의 사실여부 확인, 명확한 건립 일정 및 약속 이행을 보증할 문서 제출 요구가 골자다. 그러면서 연고지 이전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제는 압박 수준이 아니라 칼을 빼들 수도 있음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KBO 내부에서는 야구장 건립 약속도 중요하지만 부지 선정도 큰 화두다. 진해에는 야구장이 들어서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KBO의 한 관계자는 “프로야구도 이제는 하나의 산업이 아닌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진해에 야구장이 들어서는 것은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야구계의 생각이다”라면서 “한 구단의 흥행력이 떨어지면 전체 프로야구에도 큰 타격이 생긴다. 원정팬들을 감안해서라도 부지 선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어쨌든 올해 역사적인 첫 1군 진입을 이루는 NC의 발목을 창원시가 잡고 있는 모습은 불가피해졌다. KBO 내부의 시선이 고울 수 없다. 그렇다면 연고지 이전도 고려할 수 있을까.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가능하다. 현재 규약상 KBO가 창원시에 야구장 건설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그러나 ‘연고권 박탈’ 형식은 얼마든지 취할 수 있다. NC가 다른 도시로 떠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단 전제조건은 NC의 요청이다. NC가 요청하면 총회가 열리고 총회에서 연고지 이전을 최종 승인하면 NC는 다른 연고지에 뿌리 내릴 수 있다. 기존 연고지로는 들어갈 수 없지만 자리가 비어있는 다른 곳으로는 이전이 가능하다. 이를 테면 NC가 창원을 떠나 최근 10구단 유치를 희망했던 전북으로 연고를 옮기는 것은 이론적으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NC가 그간 창원 연고 정착을 위해 했던 노력을 감안하면 연고이전은 말 그대로 최후의 한 수라고 할 만하다. 다만 그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카드이기도 하다. 과연 창원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향후 NC의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
[스페셜 프로모션] 정통야구매거진 오!베이스볼 정기구독 Big이벤트-글러브 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