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상황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도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스프링캠프 합류가 불발된 박희수(30)를 살리기 위해 소속팀 SK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머리를 맞댄다.
오는 3월 열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핵심 왼손 투수인 박희수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SK의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합류가 예상됐으나 정작 그에게 떨어진 명령은 귀국이었다. 팀 내 자체 체성분(체중, 체지방률, 근육량)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미국으로 먼저 출국해 몸을 만들었던 박희수지만 팀의 기준은 불펜 에이스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소속팀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다만 박희수는 다른 귀국자들과는 다르게 WBC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있다. 남들보다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날씨가 추운 한국에서는 몸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가뜩이나 왼손 투수가 부족한 대표팀 실정에서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머리가 아플 만하다. 자칫 잘못하면 실패의 그림자를 짙게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구제 방안이 발 빠르게 논의되고 있다. SK와 KBO가 박희수를 놓고 대책 마련이 들어갔다. 민경삼 SK 단장은 25일 박재홍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리에서 “양해영 KBO 사무총장과 의견을 나눴다. 우리 선수이긴 하지만 WBC라는 대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박희수의 일정은 KBO에 일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 팀 일정과 박희수를 따로 떼어 놓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일단 한국을 떠나는 것은 원칙적으로 합의가 됐다. 좀 더 따뜻한 곳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할 방침이다. 대만으로 미리 떠나거나 괌이나 사이판과 같이 국내 구단들이 스프링캠프를 차린 곳에 보내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구체적인 훈련 일정은 좀 더 조율해봐야겠지만 몸을 만드는 데는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일정은 KBO에 위임했지만 SK도 지원사격에 나선다. 박희수가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돕는다는 생각이다. 민 단장은 “혼자서 훈련을 할 수는 없지 않는가. 포수 등 지원해 줄 인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KBO와 논의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박희수 일병 구하기 작전’은 조만간 그 윤곽이 최종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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