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이 올해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맞을 전망이다. 유튜브와 트위터로 퍼져나간 K-POP 음악들은 이제 마니아를 벗어나 해외 주류 매체를 비롯해 셀레브리티로부터 자주 회자되고 있다. 가수 싸이는 한국음악이 세계 곳곳에서 '대중성'을 가질 수 있음을 확실히 증명해뒀다. 특히 '한류의 중심' SM엔터테인먼트는 기존 '진출'이 아닌 아시아가 가요의 '허브'가 되는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 가만 있어도 해외매체 보도 줄줄이~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해외매체의 관심도다. 불과 1~2년전만 해도 해외 유명 블로거가 언급한 것만으로도 큰 이슈가 되곤 했지만 이젠 타임, 롤링스톤, 가디언 등 유력 매체들이 앞다둬 국내 가수를 다루고 있다. 빌보드는 소녀시대의 정규4집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에 대해 트랙별 리뷰를 실었다. '톱' 대우다. 타임, 롤링스톤 등 유력 매체들이 신곡에 대해 호평을 내놓았다. 국내 매체와 거의 같은 속도였다.

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 할리우드의 소식이 동시에 각국 매체에 전달되는 것처럼, K-POP의 뉴스가 각국 매체의 관심을 끄는 셈. 원더걸스의 선예가 결혼을 발표하자 JYP엔터테인먼트에는 외신의 문의가 잇따랐다. 대형기획사 홍보담당자들은 해외 외신의 인터뷰-취재 요청으로 업무가 크게 늘었다.
이제 프로모션도 직접 가서 발로 뛰기보다는 광고나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SM은 뉴미디어부를 특별 배치, 오래전부터 관련 플랫폼을 집중 연구해왔다. 뉴미디어부의 전수진 팀장은 "유튜브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부터 제휴 논의가 시작됐었다. 유튜브는 해외의 전략적 사무소나 현지에 아티스트가 직접 진출해 홍보를 하지 않아도 각종 영상을 활용해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이면서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TV,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발달하면서 앞으로 시너지를 낼 마케팅 전략은 끝없이 개발될 전망이다.
# 현지화? 아니 이제 '수출'의 시대
15년전 H.O.T를 중국에 진출시킬 때부터 아시아가 문화 산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던 SM엔터테인먼트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소녀시대의 활동 중심을 아시아로 설정해둔 상태다. 보아가 일본, 슈퍼주니어가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아시아의 토대를 다졌지만 그외 지역 활동 방식은 다르다. 미국, 유럽 등지 활동은 본격적인 진출이라기보다는 프로모션의 개념으로 진행될 예정. 일각에선 '아이 갓 어 보이'가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곡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지만, 이제 해외활동을 위해 국내를 비우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풀이다.
SM 프로듀싱실 이성수 실장은 "우리의 목표는 미국에서 성공해 세계 중심에 서겠다는 게 아니고, 세계의 중심을 아시아로 옮겨오는 것이다. 여기서 성공해 수출하는 모델을 지향하므로, 미국 시장이 타깃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수만 회장도 최근 신년사 등을 통해 "해외에 직접 나가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세계에 알려지는 마케팅을 개발하고, 전세계 콘텐츠와 바로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의 질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발표되는 뮤직비디오와 TV 출연 등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 특정 국가를 타깃으로 삼기보다,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해외에서 먼저 사러 오게 만들자는 것이다.
SM이 내세운 V 콘서트도 같은 맥락이다. K-POP 스타들이 쏟아지는 해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국내 무대를 비울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젠 홀로그램으로 콘서트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보다 더 효율적으로 전세계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것이다. 멤버들이 모두 해당 국가를 찾지 않아도 홀로그램으로 해당 지역 팬들을 만날 수 있다. SM은 올해 안으로 전용관을 구축하고 해외투어에 돌입하겠다는 전략이다.
# 나가는 한류? 이젠 찾아오는 한류
가요계는 아시아의 인기 영화배우들이 할리우드 시스템에 훌륭하게 적응하며 세계의 집중을 받는 것과 달리, 가수들은 그들의 시선을 한국 시장 자체로 옮겨왔다는 데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발표되는 신곡이 '실시간'으로 세계에서 소비가 되며, 이들의 소식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등 한국 및 아시아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 이는 문화산업을 통해 제2, 제3의 부가가치도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진다.
이수만 회장은 여러 강연을 통해 '컬처 퍼스트, 이코노미 넥스트'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왔다.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 다른 산업의 인기도 함께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에서 우리 가요에 대한 선호가 한국 자체에 대한 인지도 상승과 더불어 한국의 브랜드,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이는 SM뿐만 아니라 가요계 전체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중대형 기획사들은 모두 해외 마케팅 분야를 대폭 강화하고 고급 인력을 확보해둔 상태. 음악채널 엠넷은 MAMA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전세계가 주목하는 아시아의 음악시상식을 꿈꾸고 있다.
SM은 또 한번 한류의 '제2막'을 열고 앞서가는 그림을 짜겠다는 각오다. SM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SM이 아시아 지역에서 한류를 선도하고 한국-아시아의 가요, 문화 산업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해온 만큼, 이제 단순히 '나가는 한류'가 아닌 '찾아오는 한류'로서 보다 더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V콘서트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모션과 마케팅을 개발,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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