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게 더 강하게..안방극장은 자극소재 경쟁 중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01.26 11: 31

언젠가부터 막장드라마라는 말이 그리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세상이 됐다. 막장드라마라도 재미만 있다면 이른바 ‘명품 막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요즘 드라마들은 폭력, 성폭행, 살인 등 이름만 들어도 몸이 떨려오는 자극적인 소재로 치열한 ‘막장 경쟁’을 펼치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은 공포영화를 방불케 하는 고부갈등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극중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 분)는 아들을 며느리 민채원(유진 분)에게 뺏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며느리를 구박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정신병원에 가두기까지 한다. 또 그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며느리에게 불륜 누명을 씌워 위기로 몰아넣는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머리채를 잡으며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그리 놀랍지도 않다. 마치  1997년 개봉한 영화 ‘올가미’에 등장하는 고부를 TV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런가하면 SBS 수목드라마 ‘야왕’은 방송 첫 주부터 성추행, 살해, 시신 암매장, 성매매 등 9시 뉴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여주인공 주다해(수애 분)는 어린 시절부터 양부에게 성추행과 폭행을 당해왔다. 그리고 어른이 된 그는 결국 양부를 칼로 살해했다. 그뿐 아니라 남자 주인공 하류(권상우 분)는 연인 주다해를 위해 호스트바에서 몸을 팔고 주다해는 하류와의 사이에 딸까지 있음에도 재벌가 자제 백도훈(유노윤호)와 사랑에 빠진다. 애초부터 19세 이상 관람가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야왕’은 2회부터 4회까지 방송사 스스로 19세 관람가 등급을 매긴 채 방송할 정도로 높은 수위의 내용들을 방송하고 있다.

지난 17일 종영한 MBC 드라마 ‘보고싶다’는 21부작이 방송되는 동안 사이코패스 강형준(유승호 분)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그 뿐 아니라 여주인공 이수연(윤은혜 분)은 어릴 적 성폭행을 당해 어른이 될 때까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또한 한정우의 아버지 한태준(한진희 분)은 이복 동생 강형준에게 재산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사냥개가 그를 사냥하게 했고 결국 강형준을 불구의 몸으로 만든다. 이처럼 ‘보고싶다’는 하나의 사건만으로도 충격적일 사건들이 모여 서로 얽혀 있는 드라마다. 또한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지상파 드라마로서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된 장면들을 방송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실 막장드라마는 한 번 보면 그 뒤의 일이 궁금해져 욕을 하면서도 채널을 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드라마들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일찌감치 사로잡기 위해 초반부터 자극적인 소재를 스피디한 전개로 풀어놓는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막장 경쟁'이 도를 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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