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에게 막 대했더니.." 감독의 속사정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01.26 16: 39

첩보액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던 '본' 시리즈를 기억하는가. 기억을 잃은 채 자신의 정체를 추적하는 제이슨 본(맷 데이먼 분)의 짜임새 있는 액션에 감탄하고 본의 정체를 둘러싼 촘촘한 스토리 라인에 또 한번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영화 말이다. 연이은 '본' 시리즈를 보면서 '역시 할리우드 첩보액션은 차원이 다르네'를 생각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그 말을 취소해야 될 듯 싶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를린'을 보고 나서 부터다.
'베를린'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표적이 된 최고 비밀 요원들의 생존을 향한 사상 초유의 미션을 그린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 마치 전문가들의 실제 전투를 방불케 하는 짜임새 있는 액션은 폭력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에 가까우며 남북 관계를 둘러싼 복잡하면서도 명쾌한 스토리 라인은 극의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난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 작은 실수들이 계속 보이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자신이 과연 죽기 전까지 아쉬움 없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한다며 껄껄 웃어보이기도 했다.

"영화 제대로 못볼 것 같아요. 작은 실수들이 계속 보여서 한번만 손 보면 좋았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이번 영화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을 들여서 큰 규모로 진행한 영화다보니까 다른 영화들보다 신경이 더 쓰이는게 사실이에요. 후회는 하지 않는데 과연 내가 죽기 직전에 아쉬움 없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요(웃음)."
올 한 해 개봉하는 한국영화들 중 '베를린'은 단연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 이는 '베를린' 사전예매가 1분 만에 매진됐다는 것이 입증한다. 이처럼 '베를린'을 향한 기대감은 연출자에겐 곧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터. 부담이 되지 않냐고 슬쩍 말을 건네자 기대를 받고 싶었을 때를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라며 대신 관객분들이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드리겠다며 의욕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잖아요.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우리 영화에서 좋은 배우들이 나와 멋진 연기를 선보이는건 사실이라는 거에요. 그리고 한때는 기대를 받고 싶었을때가 있었는데 그때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죠. 일단 관객분들에게 '베를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관람법을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대를 하신 만큼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데 초반 부분이 굉장히 빠르고 복잡하게 진행되거든요. 등퇴장도 많고 언어도 영어, 독일어, 아랍어 나오고 후반부를 즐길 수 있는 단서들이 계속 나와서요. 그래서 초반부에 집중을 해주시면 후반부를 편안하게 즐기실 수 있으실 거예요."
짜임새 있는 액션, 촘촘한 스토리 라인 뿐만 아니라 '베를린'을 기대케 하는 건 화려한 배우들의 출연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러브픽션' 등 진정한 충무로 대세 하정우를 비롯해 개성 넘치는 연기파 배우 류승범, 명불허전의 연기력 한석규 그리고 영화 '도둑들'로 새롭게 조명받은 전지현까지. 그야말로 면면이 화려하다. 류승완 감독은 하정우는 '파이팅이 넘쳤다'고 전지현은 '자신만의 연기 매너리즘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라며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쉼없이 늘어놨다.
"하정우를 보면서 정두홍 무술감독이 '내가 저 몸통을 가지고 있었으면 세계를 제패했을텐데'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웃음). 팔다리가 길고 몸통이 두꺼우니까 조금만 움직여도 커보이고 동작이 조금 아쉽다 해도 클로즈업이 들어가면 해결되더라고요. 표정이 살아있어요. 사실 위험한 장면들도 많았는데 파이팅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한 번은 손에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촬영 여건상 병원에 갈 시간이 안됐거든요. 정우가 최소한의 치료만 하고 촬영 시작해자고 하더라고요."
"전지현에게서는 이 배우의 어두운 모습을 끌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현장에서 잘 안챙겼죠. 마음고생하는게 얼굴에 드러났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제가 좀 못되게 한건데 전지현에게서 처음 보는 모습을 끌어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투리 학습속도도 제일 빨랐죠. 이 배우가 좋은게 자기만의 연기매너리즘이 없어요.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바뀌죠. 저를 많이 믿고 따라와줬어요. 전지현에게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셨다면 배우가 잘해서 그런거고 아쉬웠다면 제 탓이에요."
류승완 감독이 칭찬해 마지 않는 '베를린'의 배우들이었지만 류 감독은 정작 배우들과 밥 한끼 같이 못 먹었다고 했다. 연출자로서 타지에서 모든 것을 총지휘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당시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는 내내 류승완 감독은 "정말 힘들었어요"를 되풀이 하며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들한테 미안한 점이 같이 밥을 제대로 먹은 적이 없어요. 저는 다른 것에 대한 준비를 확인해야 하니까 쉬는 날도 의상이나 소품 등을 챙겨야 했죠. 한국에서 촬영했다면 노하우가 있는 팀이 하면 되는데 해외 로케이션은 그게 안돼잖아요. 아차하면 촬영을 못하고 그러니까요. 사실 저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태프들이 고생많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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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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