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18.44m]'구리 리틀 4인방', 15년전 사이판에 남긴 흔적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1.27 06: 33

지난 1996년 창단된 구리 리틀야구단 창단멤버는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화려하다. KIA 에이스 윤석민(27)은 한국을 대표하는 우완투수로 성장했고 SK 윤희상(28)은 껍질을 깨고 지난해 10승투수 반열에 오르며 WBC 대표팀에까지 선발되는 기쁨을 누렸다.
어디 그 뿐인가. 두산 윤석민(27)은 이제 팀에 없어서는 안될 차세대 거포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혔고, 두산 오재일(26) 역시 뛰어난 장타력을 앞세워 주전 도약을 노리고 있다. 구리 리틀야구단 창단멤버 가운데 무려 4명이나 프로야구에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들 네 명은 어릴때 야구를 함께 시작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KIA 윤석민은 한 살 형인 윤희상을 '울보'로 기억하고 있고, 두산 윤석민을 두고는 '최고의 강타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의 인연이 지난해 알려지면서 한창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구리 리틀야구단은 LG의 코치를 지내기도 했던 최정기가 감독을 맡았었다. 팀이 생긴지 3년이 지난 1998년, 구리 리틀야구단은 사이판을 찾았다. 그리고 이들은 사이판 한국인위령평화탑을 찾아 뜻깊은 행사를 가졌다.
사이판 섬 북쪽 끝에 위치한 한국인위령평화탑은 1981년 건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한국인을 강제 징용해서 곳곳에 있는 전쟁터로 내몰았다. 사이판 섬은 바로 옆에 위치한 괌 섬과 함게 일본군의 태평양전쟁 전초기지로 사용됐다. 이후 1944년 사이판 섬은 미군의 전면적인 공격으로 일본군은 패배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함께 목숨을 잃었다. 사이판 현지인들 가운데는 kim과 sing이라는 성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당시 김씨와 신씨의 후손들이라고 전해진다.
희생된 한국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한국인위령평화탑 주위에는 위령비들이 몇 개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구리 리틀야구단이 1998년 세운 것. 앞면에는 한글과 영어로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 있고, 뒷면에는 사이판 캠프에 함께 한 21명의 리틀야구단 선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여기서 KIA 윤석민, SK 윤희상, 두산 윤석민, 오재일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창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구리 리틀야구단 출신 프로야구 4인방은 본인의 이름이 이역만리에 새겨져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을까. 세운 지 15년이 지난 지금도 위령비는 사이판을 찾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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