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야구는 가라! 롯데 불펜운용 확 바뀐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1.27 06: 18

'양떼야구'는 잊어라. 이제는 '책임야구'가 뜬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 야구의 핵심 키워드는 '양떼야구'였다. 풍족한 불펜 자원을 바탕으로 상대하는 타자에 따라 불펜을 최대한 쪼개서 썼고, 이러한 마운드 운용법이 잘 맞아 들어가 롯데는 작년 불펜 평균자책점 2위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선발진을 보충하며 5년 연속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 롯데 불펜진 운용법은 달라질 예정이다. 투수들이 적은 이닝을 잘게 쪼개서 분업을 하는 대신 가능하면 1이닝씩 책임지는 방향으로 변한다. 사이판 마리아나 구장에서 만난 롯데 김시진(55) 감독은 올해 불펜 운용계획을 묻는 질문에 "원포인트로 운용하기 보다는 한 번 올라가면 그 이닝은 마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펜 운용에는 정답이 없다. 최대한 부상을 방지하는 방법을 놓고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김 감독의 지론은 "등판 수에 따라 선수들이 데미지를 입는다"는 것. 한 번 올라가서 많이 던지는 것보다 자주 등판하는 게 투수들에게 부담이 간다고 보는 것이다.
김 감독은 "만약 팀이 70승을 한다고 치면 중간 투수들이 몇 번 등판하냐. 1년에 60경기 이상 나오면 그 투수는 과부하가 쌓인 것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좌완 이명우는 74경기로 전체 투수 가운데 등판수 1위에 올랐고 우완 최대성은 71경기, 언더핸드 김성배는 65경기에 각각 나섰다. 불펜 핵심요원의 등판이 많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김 감독은 원포인트 릴리프의 효용에 의문부호를 표시했다. 승부처에서 좌타자를 상대로 등판, 1~2타자만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는 각 팀마다 1명씩은 꼭 있는 자원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왼손투수가 나오면 상대 팀도 우타자를 대타로 낸다. 그러면 굳이 좌투수를 올릴 필요가 없다"면서 "상대 하다보면 (원포인트 릴리프 투수도) 얼마든지 1이닝씩 소화할 수 있다. 가급적이면 중간투수가 등판하면 1이닝씩 맡길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이 원포인트 릴리프에 부정적인 이유는 투수 엔트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통 정규시즌에는 투수 12명으로 엔트리를 꾸리는데, 원포인트 릴리프가 한 자리를 잡아먹으면 그만큼 다른 투수들이 부담을 갖게 된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이 "가장 나쁜 볼넷은 원포인트 릴리프로 등판해서 슬슬 피하다가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투수는 자기 역할을 100% 못하고 동료들에게 부담을 가중한 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포인트 릴리프도 믿음을 주고 맡기면 충분히 1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지론이다. 이는 선발투수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투수들에게 '한계 투구수를 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선발투수가 100개 던지면 자기 할 일 다했다고 하는데 110개, 120개도 던질 수 있다. 선발투수가 최대한 던져 줘야지 불펜에도 부담이 적게 간다. 이번 캠프를 통해 (투수들이) 한계를 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투수들에게 있어서 이번 롯데의 전지훈련은 잠재력을 깨우는 캠프가 될 전망이다. 김시진식 불펜 운용법이 가져올 롯데의 변화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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