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코미디,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1.27 08: 40

끝난 줄 알았던 조폭 코미디의 부활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박수건달'은 지난 26일 전국에서 19만 7121명을 더해 누적관객수 328만 1744명을 기록했다.
당초 지난 해 추석 개봉 논의가 오갔던 '박수건달'은 개봉 시기가 늦어지며 우려 속에 극장에 걸렸지만, '타워'에 이어 새해 첫 한국영화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가뿐히 손익분기점을 넘고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이 '박수건달'의 흥행은 관계자들조차 쉽게 예상하지 못한 것이기에 더욱 흥미를 끈다. 한국 사회의 남성성에 대한 연구를 끌어올리기도 했던 조폭 코미디 장르에 관객들이 반응한 적이 있었지만, 한 때의 붐으로 사라진 듯 했다. 로맨틱코미디와 조폭 코미디 둘 다 한 때 유난히 급격한 인기를 얻은 장르였지만, 조폭 코미디는 수없이 변형 가능한 로맨틱코미디처럼 생명력이 길지 않았던 것.
지난 1997년 '넘버 3'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 새로움에 열광했지만, 2000년대 초반 '가문의 영광'과 '두사부일체' 시리즈, '달마야 놀자', '신라의 달밤' 등 조폭코미디의 계보를 잇는 작품들에 더해 졸작들까지 줄줄이 만들어지면서 이 장르는 하향세를 탔다. 주로 욕설과 폭력,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통해 웃음을 유발했던 조폭 코미디의 식상함에 관객들이 고개를 돌리고 만 것이다. 그나마 우리나라 대표 프랜차이즈라고 자부심을 갖고 앴는 '가문의 영광' 시리즈가 남아있었지만 유효기간이 지난 장르임은 인정해야 할 듯 했다.
하지만 '박수건달'이 이런 장르의 편견을 다시금 깼다. 지난 해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가 조폭 소재의 영화란 틀을 깨고 한국형 느와르라는 새로운 장르적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박수건달'은 전형적인 조폭 코미디임에도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조폭코미디지만, 요즘 대세 '힐링'에 감성을 맞췄다는 데 있다. '박수건달'은 조폭을 다루기는 했지만 휴먼 코미디의 면이 강하고, 조폭 코미디들에서 불쾌감을 자아냈던 과도한 욕설이나 폭력이 적다. 폭력은 시원한 액션으로, 진득한 욕설은 유쾌 코믹한 상황과 대사들로 대체됐다.
  
여기에 초반에는 웃음, 후반부에는 눈물이라는 한국형 신파 드라마의 공식을 적절히 사용한 것도 한 요인이다. 진부한 관습이긴 하지만 '박수건달'은 소재의 참신함이 이를 상쇄했다. 엘리트 건달이 하루 아침에 박수무당이 된다는 설정, 그리고 이를 배우 박신양이 연기하며 진지와 코믹을 오가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준 게 관객들에게는 큰 보는 즐거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이제는 영화 흥행에 사전 기대감이 가장 큰 방해물이라고 불리기도 하듯, 실제 영화와는 다른 영상을 머리 속에 갖고 극장에 가는 관객들을 제작자들이 우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 영화의 콘셉트와 다른 홍보나 과도한 포장은 오히려 영화를 본 후 실망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박수건달'은 웃음만 기대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감동적이고 눈물이 나 놀랐다는 반응이 꽤 있었다. 이는 기대 이상의 재미란 입소문으로 이어져 많은 이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언론의 전체적인 호평도 이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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