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류승룡이 거침없는 흥행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출연작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중이다. 2013년 새해 벽두에도 류승룡표 영화에는 예외가 없다. 그가 원톱 주연으로 나선 감동 코미디 '7번방의 선물'은 국내외 대작들을 압도하면서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번방의 선물'은 26일 47만 1937명을 동원해 누적관객 112만 3989명을 기록했다. 2위 박신양의 조폭코미디 '박수건달' 19만7333명을 더블 스코어 차 이상으로 확실하게 눌렀고 3, 4위 가족용 애니 '뽀로로'와 '몬스터 호텔'과의 관개수는 하늘과 땅이다.
'7번방'의 흥행 속도는 빠르고 놀랍다. 지난 23일 막을 올린 이 영화는 불과 개봉 4일만에 100만 고지를 가뿐히 넘어섰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늑대소년', '타워' 흥행 대작들과 거의 같거나 앞서는 스코어다. '7번방'이 다른 대작들에 비해 마케팅 규모가 훨씬 작았고 사전 홍보의 불리를 극복한 사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마초 섹시남과 조선시대 명관, 그리고 6세 지능의 딸바보 아빠를 열연한 류승룡이 우뚝 서있다. 그는 지난 해 자신의 주 조연작 두 편에서 연속으로 흥행 홈런을 때렸다. 천만관객 '광해'로 장외 홈런을 때렸고 멜로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는 장르영화 기록을 깼다. 2012년 관객기록에서 '광해'는 1227만명으로 2위, '내 아내'는 452만명으로 6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7번방의 선물'이 "사나이도 울린다"는 빠른 입소문을 타고 관객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배꼽 잡는 웃음과 뜨거운 눈물, 그리고 가슴 먹먹한 감동의 3가지 감성 코드를 맛깔나게 섞은 이 영화에서 단독 주연으로 나선 류승룡은 시종일관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기존에 화제를 모았던 감동 드라마 지적장애인 연기들과 차원을 달리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사실 류승룡의 이같은 흥행 파워는 이미 예견됐단 바다. 탄탄한 연기력과 특유의 카리스마 매력을 바탕 삼아 오랫동안 명품 조연으로 영화팬들에게 '류승룡'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류승룡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2011년 액션 흥행작 '최종병기 활' 부터. 청나라 무장 쥬신타로 등장해 머리를 변발한 그는 조선 최고의 신궁 남이(박해일 분)와 맞서 스릴 넘치는 액션 파워를 과시했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매 작품 새롭게 태어난다. 늘 똑같은 대사 톤과 표정, 몸짓 등으로 일관하는 발연기 논란은 류승룡에게 접근 불가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바람둥이 장성기 역으로 대한민국 여심을 송두리째 훔쳤다. 그의 거친 용모와 굵은 목소리가 사실은 얼마나 섹시하고 달콤한 지를 인정사정 없이 날 것 그대로 보여준 수작으로 손꼽힌다.
이어 조선의 명신 허균 역. 천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그는 이제 할리우드를 정복중인 월드스타 이병헌의 엄청난 카리스마 연기에 맞서 조금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으로 영화에 힘을 보냈다.
여기까지 류승룡은 늘 공동주연이거나 명품조연이란 수식어를 벗지 못했다. 하지만 2013년 1월. 류승룡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7번방의 선물'에서 그는 신명나게 한 판 굿을 벌였다. 시사회 때 젊은 남성들도 여자친구 옆에서 눈물을 감추려고 고개를 쳐들거나 이곳저곳 두리번 거리는 진풍경에 제작사 관계자들조차 놀라움을 금치못했다는 후문이다.
영화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교도소 7번방에 들어온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를 위해 같은 방 수감자들이 그의 딸 예승(갈소원 분)을 교도소에 반입하며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다뤘다. 스토리가 단순한 만큼 용구 역 류승룡의 힘에 거의 모든 걸 맡겨야하는 영화. 그는 하나 뿐인 딸 밖에 모르는 순수영혼 용구 역에 빙의, 어쩔 수 없는 지적 장애인의 코믹 코드와 거부할 수 없는 딸바보 아빠의 눈물 코드를 맛깔지게 섞어내는 신들린 연기를 과시했다.
류승룡의 '7번방'이 과연 어떤 기록을 남길 지 궁금해지는 2013년 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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