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슬'이 세계 최고 권위의 인디펜던트 영화 축제 선댄스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슬'은 1948년 겨울,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들을 폭도로 간주한다'는 미군정 소개령으로 인해 3만이라는 숫자의 주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사라져야 했던 제주 4.3을 영화화한 작품.
지난 26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 제 29회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게 됐다. 게다가 대상 수상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이루어졌으며 결정하는 데에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는 후문이다.

아쉽게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오멸 감독은 영상으로나마 "개인적인 영광이라기보다는 제주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고, 함께 한 수많은 영혼들과 함께 하고 싶다. 선댄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선댄스 화이팅!"이라는 수상소감을 전했다.
'지슬'은 보는 이들까지도 65년 전으로 불러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흡입력이 있으며, 108분 동안 단 한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좌중을 압도하는 힘을 가진 작품이라는 평.
그 동안 선댄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영화는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에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 월드시네마 다큐멘터리 부문에 김동원 감독의 '송환',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 등이 있다. 하지만 2004년 김동원 감독의 '송환'이 특별상인 ‘표현의 자유상’을 수상한 것을 제외하면 한국영화가 선댄스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수상한 이력은 전무하다. 7년 만에 선댄스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수상을 한데에 이어, 최초로 극영화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 수상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지슬'은 등장과 함께 한국영화계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셈이다.
한편 '지슬'은 오는 3월 1일 제주개봉, 3월 21일 서울 및 전국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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