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은 갖지 않겠다. 그`대신 상대에게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겠다".
한화 내야수 한상훈(33)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후배 김태균에게 주장 자리를 물려주며 완장을 뗐다. 지난해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그는 재작년 기세를 잇지 못한 채 다소 부진했다. 2011년 타율 2할6푼9리로 타격에 눈을 뜨는가 싶었지만, 지난해에는 타율이 2할2푼4리로 다시 떨어졌다.
한상훈은 "결과적으로 멘탈의 문제였다. 주장이라는 역할이 역시 쉽지 않더라. 찬스에서 제대로 못 치고 팀이 지면 모두 나 때문이라는 자책감에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심리적으로 '주장으로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히다 보니 오히려 플레이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주장의 부담을 벗어던지며 파이팅 넘치는 고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제는 심적으로 확실히 편해졌고, 예전처럼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라운드에서든 벤치에서든 열심히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며 웃었다. 유니폼 복장도 양말을 끌어올리는 농군 스타일을 버리고, 바지 밑단을 감싸는 평범한 스타일로 돌아왔다.
또 하나의 변화는 타격폼이다. 그동안 타격시 오른 다리를 벌리는 오픈스탠스였지만 이제는 정상적인 스퀘어 스탠스로 타격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조금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때리려는 의도. 한상훈은 "스탠스를 좁히면서 공을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보다 정확하게 받아칠 수 있게 돼 타구의 질도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한 수석코치도 "한상훈이 타격폼을 바꿔가며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짧고 간결한 스윙이 이뤄진다. 스스로 위기 의식을 느낀 것"이라고 했다. 익숙한 타격폼을 바꾸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지만 그만큼 살아 남기 위한 의지가 강하다. 한상훈은 "아직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40~50% 정도인데 시즌 개막 때까지는 완벽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을 마치면 FA가 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선수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할 수 있는 FA이기에 욕심을 부릴법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부담감의 벽을 마주했던 그는 그 속에서 교훈을 얻었다. 최대한 부담없이 제 갈 길을 가는 것만이 정답이다. 한상훈은 "FA 때문에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갖고 싶지 않다.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뿐 너무 부담을 가져서는 좋을게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아진 만큼 고참으로서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무엇보다 다른 팀에게 우리팀이 약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싫다. 약한 팀으로 보이는 것 만큼 힘든 건 없다. 어떤 역할이든 파이팅 잃지 않고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변화 속에도 한상훈의 열정 만큼은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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