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품은 박종윤 "장성호 선배, 지명타자 가실거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1.28 06: 26

"올해는 다를 것이다. 작년 풀타임이 내게는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박종윤(31)은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1루수로 뛰었다. 시즌 초반에는 3할을 훌쩍 넘는 타율에 곧잘 홈런도 뽑아내 일본으로 떠난 이대호의 공백을 최소화하나 싶었지만 후반기 체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타율 2할5푼7리 9홈런 47타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롯데에서 가장 훈련을 열심히 하는 선수를 꼽아 달라고 하면 박종윤의 이름은 꼭 나온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27일 사이판 마리아나 구장에서 만난 박종윤은 손에 열심히 테이핑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방망이를 잡은 데다가 모든 일과가 끝난 한밤중에도 쉼없이 방망이를 휘둘러 손에 물집이 잡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박종윤은 "나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다. 모든 선수들 손바닥이 나랑 똑같을 것"이라며 손을 내젓는다.

박종윤에게 지난 시즌 평가를 해 달라고 하자 대뜸 "나 때문에 (팀 성적을) 망친 것 같다"는 자책이 나왔다. 전반기 맹타를 휘둘렀던 박종윤이지만 후반기에는 그만큼 부진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부진을 떨쳐내지는 못했다. "너무 많이 찬스를 날렸다"고 말한 박종윤에게 번트 실패로 포스트시즌에서 교체됐을 당시의 상황을 물었다. "그때는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귀신에 홀린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박종윤은 "지나고 보니 모두 소중한 경험이었다. 작년에 풀타임을 소화하며 많은 경험을 한 것이 내게는 바꿀 수 없는 재산"이라고 자신한다. 올해 목표는 지난해와 같은 타율 2할8푼에 15홈런 80타점. 그는 "작년 홈런이나 타점은 전반기에 다 해놓은 것이다. 올해는 페이스 조절을 잘 해서 목표달성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윤은 지난해 후반기 갑자기 페이스가 떨어진 이유로 체력을 꼽았다.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3월부터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고, 시범경기 맹활약에 이어 초반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여름이 지나가며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졌다고 한다. 처음으로 풀타임을 치르는 선수들이 항상 겪는 성장통이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는 천천히 단계적으로 컨디션을 끌어 올릴 것이다. 작년과는 결코 다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실 지난해 박종윤은 시즌 시작 전 1루 주전자리를 보장 받았다. 이대호가 떠난 뒤 대안이 없었고, 팀에서도 박종윤의 기량을 믿고 밀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1루에 장성호라는 경쟁자가 등장했다. 올 시즌 주전경쟁에 대해 묻자 박종윤은 옆에 있는 장성호에게 "선배 올해 지명타자로 가실거죠"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인 말을 건네기도 했다. 주전 1루수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셈이다.
김시진 감독은 둘의 경쟁이 싫지 않은 눈치다. "이번 캠프에는 모든 선수들이 경쟁심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목표 가운데 하나다. 박종윤과 장성호 두 선수는 1루수 주전 후보다. 서로 경쟁을 하다 보면 자극이 돼서 함께 기량이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2012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한 박종윤.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다. "올해는 꼭 자리도 굳히고 체력적으로도 관리를 잘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각오를 밝힌 박종윤에게 어떤 2013년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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