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조성환이 벌벌 떨었던 박정태의 추억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1.28 10: 32

"나 신인 때는 선배 앞에서 숨도 못 쉬었지. 근데 이제 내가 벌써 최고참이 됐네."
롯데 자이언츠 '돌아온 주장' 조성환(37)은 이제 팀에서 최고참 선수가 됐다. 동시에 주장 자리에 복귀하며 중책을 맡게 됐다. 보통 최고참 선수들은 자신의 야구에 집중하기 마련이지만 조성환은 망설이지 않고 팀을 위해 주장 자리를 흔쾌히 수락했다. 올해를 끝으로 다시 FA 자격을 취득하기에 중요한 한 해지만 롯데 우승을 위해서 개인적인 욕심은 잠시 접어둔 조성환이다.
롯데 선수단은 현재 사이판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뜨거운 햇살은 쉬지 않고 머리 위로 쏟아지지만 2013년 시즌에 시동을 건 롯데 선수단은 구슬땀을 흘리며 순조롭게 훈련을 소화 중이다. 이 가운데 최고참 조성환은 "너무 컨디션이 좋다. 최고조에 올랐다"라고 말하면서 솔선수범하며 선수들을 독려한다.

훈련 도중 조성환은 자신의 입단 당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조성환이 신인이던 1999년 롯데에는 김응국(47), 박정태(44), 마해영(43) 등이 팀의 주축선수로 활약하고 있었다. 신인이었던 조성환에게는 올려다 볼 수밖에 없는 대선배들이었다. 조성환은 "김응국 선배님이랑 캠프에 가서 같이 방을 썼는데 정말 한 마디도 말을 못 했다. 그때는 정말 높은 선배로만 보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수비 훈련을 할 때 에피소드도 말했다. 입단 당시 조성환은 주로 3루수로 뛰었다. 만약 조성환의 송구가 조금만 빗나가면 선배들은 어린 후배가 한껏 위축(?) 될 수밖에 없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조성환은 "1루에 계시던 마해영 선배님은 공이 옆으로 빠진다 싶으면 아예 공을 안 잡았다. 그러면서 '니 뭐꼬. 와 그렇게 던지노'라고 버럭 했다"고 말했다.
2루에 있던 박정태는 한 술 더 떴다고 한다. 조성환의 송구가 조금이라도 높으면 "니 내 키 작은거 모르나. 일부러 이렇게 던지는건 놀리는거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조성환은 "그래서 내 송구가 정확해 진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정보명은 "새파랗게 어린 후배한테 그렇게 대하면 10명 중에 3명만 살아 남는다. 선배님은 정말 강하게 크신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지금은 전지훈련 캠프에 와서 혼자 방을 쓰는 조성환이지만 신인 때는 하늘 같은 선배들과 함께 방을 쓰며 숨도 못 쉬었다고 한다. "그때는 선배가 어려워서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좀 편하게 쉬라는 말이 나와야지 가만히 앉아만 있을 정도였다"고 회상한 조성환은 "요즘 젊은 선수들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태블릿 PC에 담아 온 동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자기가 할 일을 한다. 점점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조성환은 주장이지만 후배들에게 좀처럼 강하게 질책하는 법이 없다. 선수들을 강압적으로 휘두르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편이다. 안 그래도 어린 선수들은 자신을 어려워 할텐데 강하게 질책하며 팀을 이끄는 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배려가 숨어 있다.
cleanupp@osen.co.kr
사이판=백승철 기자,bai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