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테스트'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28 06: 19

단순한 몸 상태 점검이라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그 테스트 결과가 SK의 스프링캠프를 둘로 찢어놓은 모양새가 됐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몇 가지 관점에서 엇갈리고 있다.
SK는 지난 20일 통산 4번째 우승의 기치를 내걸고 미국 플로리다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그러나 10명의 선수들이 타의에 의해 스프링캠프로 향하지 못했다. 그 중에는 팀 전력의 골격을 이루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팀이 실시한 체성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체지방률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 테스트 결과 한국에서는 박경완 최영필 전유수 허건엽이 기준치에 미달됐다. 이만수 SK 감독은 이들을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지웠다. 더 큰 반전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3일 재활훈련차 미국으로 출국한 팀 내 핵심 투수 6명(채병룡 엄정욱 박정배 박희수 송은범 김광현)이 이 테스트에서 탈락해 플로리다가 아닌 한국행 비행기를 탄 것이다. 이들 역시 두 차례의 기회를 놓쳤다.

그렇다면 선수단을 공포에 떨게 한 체성분 테스트의 실체는 무엇일까. 일단 체중, 체지방률, 근육량을 재는 것이 기본이다. SK는 지난 시즌 중 이 세 가지 항목을 꾸준히 체크했다. 이번 테스트의 기준은 시즌 평균에서 약간의 여유를 주는 선으로 정했다. 이를 테면 A선수의 시즌 평균 체중이 80㎏이라고 가정하면 81㎏까지는 통과시켰다. 체지방률도 1%는 여유를 줬다. 개인 평균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기에 선수마다 기준은 다 달랐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이 체성분 테스트를 실시한 것은 이만수 감독의 평소 지론과 연관이 있다. 이 감독은 자율야구를 추구한다. 비시즌 중에는 운동량 등에 특별한 간섭을 하지 않는다. 대신 스프링캠프에 돌입할 때는 시즌에 준하는 몸 상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당장 실전에 들어가도 무리가 없는 상태를 요구했다. 테스트 기준을 시즌 평균으로 정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전형적인 메이저리그식이다.
이에 대한 시선은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이 테스트 기준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느냐는 것이다. 외부의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프로야구단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A트레이너는 “경기력과는 큰 연관이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윤우채 파워존 대표 역시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려면 FMS(기능성 움직임 검사) 등 더 정밀한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라고 했다.
다만 이 테스트가 비시즌 중 자기관리를 꾸준하게 했느냐는 명제에서 출발한다면 어느 정도 논리가 성립된다는 평가다. 윤 대표는 “세 항목 모두 간단하게 보이지만 단기간에 수치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짧은 시간에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수분과 근육량이 빠지는 것에 불과하다. 비시즌에 마냥 쉬기만 했다면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선수들을 가장 애 먹인 체지방률에 대해서도 시선은 달랐다.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노장 선수에 대한 배려는 어느 정도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표는 “나이가 들면 신진대사능력이 떨어진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근육량은 줄어들고 지방량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A트레이너 역시 “첫 번째 테스트에서 탈락한 젊은 선수들은 어찌됐건 그 기준을 맞출 수 있지만 박경완 같은 선수들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재활선수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좀 더 높았다. 현직 구단의 C트레이너는 “약간은 다른 파트지만 팔꿈치나 어깨 재활을 하면서도 체지방 관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고 단언했다. A트레이너는 “병상에 누워있지 않았다면 그 세 가지 기준치는 식단조절, 러닝, 웨이트를 통해 모두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다”면서 “프로 중의 프로인 6명이 모두 떨어졌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정이 있었다고 밖에 추측할 수 없다”고 의아해 했다.
누가 옳았든 이제 물컵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워담을 수 없다. 이만수 감독은 테스트 전 “통과하지 못하면 미국에 데려가지 않겠다”라고 엄포를 놨다. 당황스러운 결과임에도 고심 끝에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켰다. 이 감독은 “마음이 무겁다”라면서도 “중요 전력이라고 해서 봐준다면 팀을 이끌어나갈 수가 없다”고 결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이 감독은 원칙을 지켰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옳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파장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당장 투수 6명의 몸 만들기가 더디다면 시즌 초반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애당초 다른 방향에서 불이익을 설정했다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은 남아있다. 누가 봐도 부담이 큰 벌금이나 고과에서의 불이익 등은 생각해 봄직한 대안이다. 어쨌든 캠프 재합류 여부도 이 테스트로 결정될 공산이 큰 만큼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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