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앨리스’가 궁핍한 20대 여성들을 힐링하며 의미 있는 마무리를 지었다.
‘청담동 앨리스’의 주인공 한세경은 가난하지만 꿋꿋하고 우연히 남자를 만나서 신세를 편 평범한 신데렐라가 아니었다. 그는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궁핍한 20대 여성이었다.
한세경의 삶은 지독하게 현실적이었다. 서울에 있는 이름 있는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공모전 경력, 뛰어난 어학 실력도 갖췄지만 그에게 취업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입사 지원자들에게는 흔해 빠진 해외경험도 없었고 돈도, 동아줄을 던져줄 인맥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세경은 “노력이 나를 만든다”며 꿋꿋하게 버텼다.

한세경은 어렵사리 대기업의 계약직에 들어갔지만 자신이 혐오하는 여성상을 가진 고등학교 동창이 사모님이 돼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노력한 것에 비해 성과는 적었고 기대한 것에 비해 현실이 처참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한세경이 본격적으로 궁핍한 20대 여성을 힐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록 타고난 행운은 없었지만 그만의 방식을 고수했던 것이 결국은 옳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애초에 청담동 입성은 서윤주(소이현 분)의 도움을 받았지만 한세경은 한세경 다움으로 차승조와 주변 인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세경은 순수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똑똑한 신데렐라였기 때문이다.
또한 한세경은 조건을 따지는 사랑도 사랑임을 보여줬다. 앞서 한세경은 사회에 나와 열심히 살아왔던 자신의 노력을 배신당하고, 사랑했던 남자의 빈곤함과 현실의 팍팍함 앞에서 쓸모없는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돈 많은 남자를 찾았다. 현실 속에서 남자의 돈을 보고 더욱 사랑에 빠지는 여자는 사회에서 속물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한세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생각을 감히 입 밖에 꺼내지 못냈을 뿐 이었다는 과감하게 드러내며 사랑을 쟁취했다.
이러한 부분은 캔디형 여주인공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세경은 차승조의 정신적 결함을 감싸 안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깨달았다. 그에게 바라는 것 만이 아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빛을 발하는 순간 한세경의 죄책감은 치유 됐으며 행복으로 가는 길을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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