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어야 할 위험한 존재 늑대소년과 세상에 마음을 닫은 외로운 소녀의 운명적 사랑이야기를 그린 영화 ‘늑대소년’은 소년과 소녀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달콤하고 강렬한 로맨스와 동화처럼 펼쳐지는 영상 속 꽃미모 배우 송중기 박보영의 열연으로 한국 멜로 영화 최초 7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리고 그 흥행 열풍은 스크린을 지나 브라운관 속으로 찾아들었다. 바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기다려 늑대’를 통해서다. 서남용(33), 류근지(28), 송영길(28), 김혜선(30)은 코너 ‘기대려 늑대’로 다시 한 번 뭉쳤다. 이들은 각각 송중기와 박보영의 옷을 입고 무대 위에서 늑대소년과 순수소녀로 변신해 관객에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최종병기 그녀’의 강렬한 스턴트우먼 이미지가 강한 김혜선은 자신도 “예쁜 역은 처음”이라고 쑥스러운 미소를 짓다가도 “가발 하나 썼을 뿐이다”고 너스레를 떤다.

“처음으로 여성스러운 역을 해요. 여자인데도 여자 역을 하는 게 힘들고 적응이 안됐죠. 강한 연기만 하다보니까 강하게 나와요. 그래도 서로 고쳐주고 있으니까, 제가 점점 더 여성스러워 지는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김혜선)
“(김)혜선이가 살면서 머리를 길어본 적이 없다고 해요. ‘늑대소년’이 끝나면 머리를 자를거에요. 제가 머리 자르면 혜선이 가발 만들어주려고요. 하하”(서남용)
코너 ‘기다려 늑대’의 철수 역 류근지는 “영화를 보는데 철수가 말을 못하는 거를 개그에 쓰면 웃기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송)영길이와 함께 귀여운 역할의 캐스팅을 고민하다 (김)혜선 누나가 하면 웃기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또 혼자 하는 거 보다 (서)남용 선배와 함께 하면 더 폭발력이 있을 것 같았죠. 어쩌다보니 연습생 시절부터 친했던 사람들이 모이게 됐어요. 되게 편해요. 멤버들이 갖춰지고 연습하니 동료들 반응도 좋았어요”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태호는 영화 ‘늑대소년’을 보고 나서 화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박보영하고 너무 대조적이라 서요. 박지선과 허안나가 모니터링을 도와줬어요. ‘이건 언니밖에 못 하는 거다’고 믿고 하라고 도와줘요. 박성호 선배는 냉정한데, 우리 코너가 할 때마다 웃어줘요. 선배가 안 웃으면 수정해요.”(김혜선)

‘개콘’ 무대에는 영화 패러디 코너가 수시로 등장하지만 ‘기다려 늑대’는 원작 영화 ‘늑대소년’의 주인공 송중기의 컨펌까지 받은 코너다. “(송)중기랑 친해요. 초등학교 후배죠. 중기가 이왕 할 거면 비슷하게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죠. 중기도 재미있다고 해줬어요. 싱크로율이요? 에이, 2% 정도.” (류근지)
그렇다면 김혜선과 박보영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 질문에 대한 멤버들의 각양각색 답이 쏟아졌다. “똑같죠. 박보영과 성별이 같아요”(서남용), “둘 다 키 작은 거 말고는..”(송영길) 그래도 파트너 류근지는 달랐다. “나는 누나가 가끔 박보영으로 보여.”
‘기다려 늑대’ 첫 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객석에서는 이들의 능청스러운 애교 연기와 허를 찌르는 반전에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이들의 무엇에 이렇게 열광했을까.
“영화 ‘늑대소년’은 러블리한 느낌이 있어요. 그런 영화를 패러디 하니까 우리도 바탕을 깔고 가죠. 송중기가 아닌데도 호감으로 저희를 바라봐주세요. 박보영이 아닌데도 박보영으로 봐주고요. 영화의 호감도를 가져가는 게 영화 패러디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류근지)
하지만 이들은 관객의 좋은 반응에도 마냥 들떠있지만은 않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류근지는 “패러디도 재미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요. 패러디 개그가 무작정 안전한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니에요. 원작에서 공감대를 이끌어나가고, 조금씩 변형시키는 거니까 나중에는 더 어려워지는 거 같아요”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수많은 매체에 노출돼 코너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하며 “‘기다려 늑대’는 매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짜고 있어요. 웃기는 걸 최대한 많이 넣어요. 관객들이 많이 웃어줬으면 좋겠어요. 영화랑 다른 점을 찾아보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고 입을 모았다.
“송중기 박보영을 뛰어넘는 그 날까지 해볼게요! 아, 이렇게 말해도 돼? 하하”(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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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