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학교2013’, 현실적이라 더 슬픈 학교의 딜레마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3.01.29 07: 29

KBS 2TV 월화 드라마 ‘학교 2013’이 딜레마에 빠진 학교의 모습을 담아내며 엔딩을 맞았다.
지난 28일, 총 16회로 종영한 ‘학교 2013’은 승리고등학교 2학년 2반 학생들이 최종회에서 심경 변화를 맞는다던가,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되는 등의 급격한 전개 없이 늘 그 자리에 있는 학교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냈다. 
승리고등학교 2학년 2반 학생들의 고민은 어느 것 하나 경중을 가릴 수 없었고, 위험했고 안타까웠다. 성적의 압박으로 자살의 유혹에 흔들리는 학생, 성적 때문에 우정에 금이 가거나, 마음의 문을 닫은 학생, 학교 폭력으로 상처 받은 학생, 가정 폭력과 가난 등으로 비뚤어진 일진 학생 등의 남모를 고민 등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매회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또 ‘공부만 가르쳐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며 벌점 앞에서만 선생의 말을 듣는 학생 앞에 부각된 무너진 교권과 교원평가제로 인해 아이들에 거부당하는 선생의 고민도 진지하게 다뤄져 눈길을 끌었다. ‘S대가 목표인 학생부터 대입을 포기한 학생까지 쭉 앉혀놓고 같은 교재로 수업을 해야 하는’, 그래서 ‘자는 아이를 깨우자니 공부를 잘하는 아이의 눈치가 보인다’는 선생의 딜레마도 아이들의 고민만큼이나 답을 찾기는 어려워 보였기 때문.
특히 ‘학교2013’은 학업에 관심 없던 일진 학생이 진로를 찾아보려 해도 이미 수많은 시간 동안 쌓여온 철없는 행동으로 인해 그마저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줬고, 어른 흉내를 내며 학교를 휘젓고 다녔어도 사회라는 냉혹한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고 만만치 않은지 보여주기도 했다.
2학년 겨울방학식, ‘모든 아이들을 유급 없이 3학년으로 올려 보내고 싶다’고 했던 인재(장나라 분)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를 뛰쳐나간 정호(곽정욱 분)의 빈자리를 보며 2반 학생들에 ‘이제 3학년이 된다’고 알려주는 것으로 2반 담임 업무를 마친 인재는 학생들이 모두 돌아간 교실에서 홀로 기나긴 종례를 하며 정호를 기다렸다.
정호를 오해해 결국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낸 은혜(길은혜 분)는 끝까지 진심으로 사과 하지 않았고, 정호도 학교에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고 생활 전선으로 뛰어드는 선택을 했다. 학교는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정호를 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아직 어린 학생을 사회로 내 보낼 수도 없다. 또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은혜를 나무랄 수도, 나무라지 않을 수도 없었다. 딜레마에 빠진 학교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학교 2013’의 최종회는 담담했고 현실적이라 오히려 새드엔딩처럼 보이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 등의 결말은 ‘학교2013’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각자의 고민을 가진 선생과 학생들이 한 칸의 교실에서 부대끼며 만들어나간 한 학기 동안의 생생한 보고서는 ‘학교2013’을 ‘명품 드라마’ 반열에 이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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