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의 법칙은 프로야구에서 절대적인 진리다. 잘하는 선수가 자리를 차지하고, 그보다 떨어지는 선수는 벤치를 지킬 수밖에 없는게 프로야구다. 전체 엔트리에 비해서 주전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있는 자리가 훨씬 적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다른 팀 선수와 경쟁해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프로야구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건 팀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굳히는 것이다. 당연히 주전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팀 동료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주전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치열하게 전개된다.
사이판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역시 동료와의 경쟁이 한창이다. 올해 롯데는 FA로 두 명의 주전야수가 빠져 나갔고, 투수 쪽에는 반대로 신규자원이 많이 유입돼 더욱 치열하게 주전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야수쪽은 확실한 주전으로 꼽을 수 있는 선수가 강민호(포수), 황재균(3루수), 전준우(중견수), 손아섭(우익수) 정도에 불과하기에 더욱 경쟁이 뜨겁다.

아직 1차 훈련이지만 롯데는 야수들의 훈련을 4개의 순환코스로 만들어 실시하고 있다. 이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롯데는 야수를 크게 4개의 조로 나눴다. A조는 김사훈(포수)·전준우(외야수)·고도현(외야수)·손용석(내야수)·황재균(내야수), B조는 이종하(포수)·손아섭(외야수)·박기혁(내야수)·문규현(내야수)·신본기(내야수)·김대우(외야수)가 포함됐다. C조는 강민호(포수)·정보명(외야수)·황성용(외야수)·조성환(내야수)·정훈(내야수)·황진수(내야수)로 구성됐고 마지막 D조는 용덕한(포수)·김문호(외야수)·조홍석(외야수)·박종윤(내야수)·장성호(내야수)·박준서(내야수)다.
각 조별로 포수가 한 명식 들어간 가운데 포지션 경쟁자가 한 조에 편성된 것이 특징이다. A조에는 3루 주전 황재균과 그 자리를 노리는 백업 손용석이 함께 있다. B조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조다. 주전 유격수 자리를 놓고 시범경기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박기혁과 문규현이 한 조이고 뛰어난 수비를 보여준 2년차 신본기도 함께 있다. D조에는 주전 좌익수를 노리는 김문호와 조홍석이 함께 훈련을 받고, 마찬가지로 1루 포지션이 겹치는 장성호와 박종윤도 같은 조에 포함됐다.
현재까지 이러한 조편성의 효과는 만점. 롯데 김시진 감독은 "동료들을 이기지 못하는 선수가 어떻게 다른 팀 선수와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 캠프부터 계속 경쟁을 벌이도록 일부러 코치들과 상의 후 조를 짰다"면서 "선수 엔트리 변동 등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가고시마 캠프까지 현재의 조편성은 계속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서로 경쟁을 하면 함께 기량이 성장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선수들 역시 같은 조에 편성된 경쟁자를 의식해 더욱 훈련에 매진한다. 김문호는 같은 조인 조홍석이 타격하는 걸 유난히 유심히 지켜봤고, 다른 조에 편성됐지만 같은 좌익수 후보인 김대우를 바라보며 "저 형이 경쟁자다. 올해 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즌 초반 성적이 좋아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운다. 지난해 주전 1루수로 풀타임을 소화한 박종윤은 이적생 장성호가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장성호 선배, 지명타자로 가실 거죠"라고 장성호에게 직접 이야기를 한다.
투수 역시 동일 포지션 선수끼리의 경쟁을 피해갈 수 없다. 김 감독은 "야수들의 경쟁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투수들도 선발후보와 계투를 따로 분리해 훈련하고 있다. 불펜피칭을 할 때도 비슷한 기량과 팀 내 위치에 있는 선수들을 함께 올린다. 옆에 있는 동료가 던지는 걸 보면 자극을 안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편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도하는 방법은 강한 훈련 스케줄을 잡아 강제로 훈련을 실시하는 것보다 효과가 뛰어나다. 경쟁자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롯데 사이판 캠프에서 나타난 '시너지 효과'가 올 시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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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백승철 기자,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