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약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겠다".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한화. 가장 바쁜 포지션은 두 말할 것 없이 포수진이다.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이 9시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는 데 반해 포수들은 약 1시간 먼저 경기장에서 배팅을 친다. 오전-오후-야간으로 가장 빡빡하게 돌아간다. 그야말로 제대로 숨 쉴 시간조차 없다.
한화는 올해 4명의 포수를 스프링캠프에 데려왔다. 베테랑 최승환(35)을 필두로 박노민(28) 정범모(26)에 신인 한승택(19)이 합류했다. 지난 10년간 한화의 안방마님으로 자리 지킨 신경현이 빠졌다는 점에서 홈플레이트를 지킬 주인은 무주공산이다. 자리가 비어있는 만큼 훈련량은 두 배로 많아졌고, 경쟁은 세 배로 치열해졌다.

한화 조경택 배터리코치는 "올해 전체적으로 훈련을 많이 가져가려고 한다. 우리팀 포수가 약하다는 소리만 듣다 보니 다들 잘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타격과 블로킹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지겹게 들었다. 결국 훈련밖에 없다. 강하게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야 몸이 알아서 따른다"고 말했다. 베테랑 최승환도 거듭된 블로킹 연습에 "알아서 몸이 움직인다"고 할 정도다.
과거 첫째날 블로킹이면 둘째날 송구로 파트를 나눠서 훈련했지만 올해는 블로킹 훈련을 마친 다음 곧바로 송구 연습에 들어갈 정도로 스케쥴이 쉴 새 없이 빡빡히 돌아간다. 무거운 장비에 답답한 마스크까지 쓰고 있는 포수들이기에 훈련의 강도가 셀수록 악소리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경택 배터리코치가 독하게 마음먹고 하는지라 절대 봐주는 것이 없다.
또 하나의 특징은 타격 훈련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는 점이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포수들이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와 배팅훈련을 한다. 사실 포수는 캠프에서 수비 훈련 뿐만 아니라 투수의 공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많이 바쁘다. 아무래도 타격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는데 지난해 한화 포수 타격이 너무 약했다. 배팅도 오전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많이 친다"고 설명헀다.
실제로 지난해 한화에서 번갈아가며 포수 마스크를 쓴 신경현(0.167) 정범모(0.176) 박노민(0.171) 이준수(0.154) 모두 2할은 커녕 1할대에 머물렀다. 최승환(0.283)이 그나마 고감도 타격감을 보였지만, 5월 중순을 끝으로 2군에 내려가 올라오지 못했다. 한화의 포수는 타격에서 심각하게 약했다. 김성한 수석은 "아무리 포수라고 해도 타선에서 구멍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타격을 할 수 있도록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수에서 그야말로 쉴 시간이 없는 포수들이지만 불평불만은 전혀 없다. 베테랑 최승환부터 오랜 시간 유망주로 머문 박노민과 정범모 그리고 신인 한승택까지 누구에게나 주전의 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어느 포지션보다 바쁘고 힘들지만, 주전 자리를 향한 포수들의 뜨거운 의지가 한화 캠프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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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