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이 길어지며 마음고생은 있었다. 그래도 실속은 제대로 챙겼다고 볼 수 있다. SK ‘예비 FA’들이 큰 폭의 연봉 인상과 함께 협상 테이블을 정리했다.
SK는 29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2013년도 연봉 미계약자였던 정근우 박희수 송은범 최정과의 연봉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최후의 4인과 계약을 이끌어낸 SK는 2013년 연봉 재계약 대상자들과의 협상을 모두 마쳤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예비 FA들의 연봉이다. 예상보다 큰 폭의 인상액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예비 FA 프리미엄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정근우 송은범은 2013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원래라면 2014년 시즌이 끝나야 FA가 되는 최정도 올 3월 열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일수에 따라 FA 취득 연한을 1년 당길 수 있다.

때문에 세 선수에게 ‘FA 프리미엄’을 얼마나 얹어주느냐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보통 FA를 1년 앞둔 선수들의 연봉은 다른 해보다 더 많이 뛰는 법이다. 보상금의 장벽을 높여 향후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SK도 팀 내 고과와 이 FA 프리미엄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외부로는 말을 아낀 채 적정선을 조율했다. 다만 SK의 결론은 후자 쪽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SK 부동의 2루수인 정근우는 지난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타율 2할6푼6리, 8홈런, 46타점, 22도루의 성적은 정근우의 이름값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스스로도 자책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2012년 3억1000만 원에서 77.4% 인상된 5억5000만 원에 재계약하며 팀 내 최다 연봉자로 우뚝 섰다. 사실 원래 고액연봉자였기에 이 정도 인상률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송은범도 비슷한 경우다. 송은범은 지난해 2억4000만 원에서 100% 인상된 4억8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송은범도 지난해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20경기에 나서 8승3패 평균자책점 4.15의 성적을 냈다. 100%라는 인상 요인이 있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SK는 송은범의 가치를 후하게 인정했다.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최정은 2억8000만 원에서 2억4000만 원(인상률 85.7%)이 오른 5억2000만 원에 재계약하며 단번에 팀 내 연봉 ‘No.2’에 올라섰다. 정근우 송은범보다는 고과에서 인상 요인이 컸지만 최정 역시 FA 프리미엄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이러한 SK의 행보는 내년에 세 선수가 모두 FA 시장에 나가더라도 모두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현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세 선수의 가치 총합은 4년간 200억 원에 가까울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분명 무리가 되는 수치지만 SK에는 이들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찌감치 말뚝을 박아두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어쨌든 이들은 예비 FA가 누리는 특권을 모두 만끽하며 연봉 협상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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