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남자사용설명서’, 연기인생에 터닝포인트”[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3.01.29 10: 30

배우 이시영, 1시간 동안 얘기를 나눠보니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는 생각하는 것만큼 이상으로 그의 연기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배우로서 살면서 연기가 힘들었을 때를 묻자 ‘남자사용설명서’ 촬영을 꼽으며 30분 가까이 말했다.
이시영은 이 영화를 단지 자신이 출연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에 한 줄 추가시킨 게 아니라 향후 연기에 대한 방향까지 생각하게 한 영화였다.
관객들은 존재감 없던 ‘국민흔녀’ 최보나가 ‘남자사용설명서’와 연애박사 Dr.스왈스키를 통해 ‘국민훈녀’로 거듭나면서 벌어지는 아찔한 연애스토리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남자사용설명서’를 재미있고 가볍게 볼 수 있겠지만 이시영에게는 절대 가벼운 영화가 아니었다.

“이 영화는 저에게 터닝포인트가 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 힘들었어요. 적어도 제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는요. 영화를 볼 때는 편한데 진짜 힘들고 진짜 많이 배웠어요. 영화 촬영 전에 감독님을 이렇게 많이 만난 적이 없었어요. 감독님과 한 대화를 녹음했는데 12시간이나 녹음이 돼 있었죠. 촬영하면서 감독님을 믿고 가는 게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걸 배웠어요. 감독님이 나를 설득하는 걸 받아들이는 걸 배웠죠.”
이시영은 ‘남자사용설명서’를 단순히 남녀 간의 로맨스를 유쾌하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로 규정하지 않았다.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를 해 국내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의 영화임을 강조했다.
“이 영화는 저와 오정세 오빠가 아니라 CG라고 할 만큼 독특한 장르의 영화예요. 우리 영화가 다른 장르로 한국영화에서 또 다른 장르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 정도로 이 영화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최고의 CG 퀄리티가 나온다고 생각했을 때 놓칠 수 없어서 선택했어요. CG 때문에 불안해서 감독님과 다 맞췄어요. 블루 스크린만 걸어놓고 연기했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연기하면서 힘들었죠.”
‘남자사용설명서’ 출연은 오정세와 달달한 연기를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작업 자체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편집까지 연기는 기본이고 영화에 대해 깊숙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제가 궁금한 건 못 참아서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하다 보니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카메라 앵글도 배우고 편집하는 부분도 진짜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 ‘영화작업이 재미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전에는 내가 생각하기에 영화와 드라마는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다른 점을 많이 느꼈죠.”
영화라는 예술작업을 가슴 깊이 느끼고 이해할 기회를 준 ‘남자사용설명서’. 이 영화는 연기 외에도 영화의 테크닉을 알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향후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에도 변화를 줬다.
“이제 뭔가 조금 아니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카메라 동선 때문에도 감정이 생긴다는 걸 알았어요. 어떤 효과가 생기고 그런 게 배우의 감정을 도와준다는 걸 알았죠. 그걸 알고 찍으면 연기에 플러스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정말 엄청난 거죠.”
그만큼 이시영은 영화계에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남자사용설명서’에 대한 애정도도 높고 이 영화에 부여하는 의미 또한 많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 작품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그 결과물인 완성본을 봤어요. 역시나 출연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신선하고 독특하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지루하지 않을 거예요. 이 영화를 탄생시킨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요.”
올해 32살인 이시영. 주변에 이미 가정이 있는 친구들이 있고 하나 둘 씩 결혼하는 친구들이 있을 나이. 이시영은 부모님이 자주 결혼 얘기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얘기할 때 가슴이 뜨끔하고 만다. 영화에 대한 재미까지 알아버린 지금은 오로지 연기에 대한 생각뿐이다.
“연애를 얼마나 쉬었는지 기억도 안나요. 앞으로도 생각 안하고 있어요. 데뷔가 늦어서 어떻게 보면 지금 시작하는 단계인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좋은 작품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클 뿐 연애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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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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