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리치몬드…바람 잘 날 없는 롯데 10번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1.29 15: 06

롯데 자이언츠 등번호 10번은 조금 특수한 번호다. 물론 영구결번은 아니지만 다른 선수가 쉽게 달기 어려운 번호인 이유는 원래 주인이 오릭스 버펄로스 이대호(31)이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이제 롯데 소속이 아니지만, 구단의 슈퍼스타였고 먼 훗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선수이기에 함부러 대할 수 없는 번호다.
물론 지난해 10번을 선택한 선수는 없었다. 그런 불문율(?)을 깬 선수가 나왔으니 신인 송창현(24)이다. 송창현은 입단 후 거침없이 등번호 10번을 골랐고, 롯데 측은 특별히 안 된다고 할 수 없어서 그대로 등번호를 줬다. 신인 선수가 이대호처럼 큰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송창현은 장성호(36)와 트레이드가 돼 한화로 갔고, 다시 롯데의 등번호 10번은 주인을 잃었다. 송창현은 한화에 가서도 등번호 99번을 요구하는 대범함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한화 구단이 다른 번호를 선택하라고 설득, 류현진의 번호는 지켜지게 됐다.

송창현의 해프닝이 있고 얼마 안 있어 롯데의 10번은 다시 주인을 찾았으니 새 외국인투수 스캇 리치몬드(34)다. 29일 팀의 훈련에 처음 합류한 리치몬드는 등번호 10번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나타났다.
보통 투수, 그것도 외국인투수는 앞쪽 번호를 선택하는 일이 많지가 않다. 그럼 리치몬드는 왜 등번호 10번을 골랐을까. 그는 "10이라는 숫자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내게 선택권이 많지 않았다. 남아 있는 번호가 10번, 72번, 85번 등이라 그냥 10번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리치몬드에게 '10번은 롯데에 있어서 중요한 번호다. 슈퍼스타가 달던 번호'라고 알려주자 그는 크게 웃으며 "정말 몰랐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그(이대호)만큼 잘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마침 이날 롯데가 훈련하고 있는 사이판 마리아나 구장에 이대호가 찾아왔다. 이대호는 10번을 달고 있는 리치몬드와 인사를 나눈 뒤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cleanupp@osen.co.kr
사이판=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