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도 힙합 나름, 말랑말랑해야 인기?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3.01.29 17: 13

요즘 전세계적으로 힙합 장르가 대세다. 역동적인 춤과 거친 랩으로 대표되는 노랫말을 특징으로 하는 힙합이 그동안 주류였다면 올 겨울에는 말랑말랑한 멜로디와 감성적 가사를 무기로 음악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29일 오후 현재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는 힙합듀오 리쌍의 '눈물'이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순위권에는 배치기 '눈물샤워', 버벌진트 '시작이 좋아', 긱스 '오피셜리 미씽 유, 투(Officially Missing You, Too)'가 차례로 올라있다. 이들은 3일 천하라는 말이 나올 만큼 변화가 심한 가요계에서 길게는 10일까지 차트 정상을 지키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음악 흐름과도 닿아 있어 흥미롭다. 힙합 음악을 근간으로 한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뮤지션 지드래곤, 에픽하이, 싸이 등이 음원차트에서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데 이어 프라이머리, 버벌진트 등도 독특한 감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리쌍, 배치기 등에게 바통이 전달돼 해가 바뀌어서도 계속 되고 있다.

한 유명 작곡가는 "메시지 전달을 특징으로 하는 랩 음악이기 때문에 뻔한 내용보다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가사가 사랑을 받는 것 같다"며 "실제 있었던 상황을 재치있게 표현하는 가사를 통해 음악을 듣는 이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요즘 노래들의 매력포인트가 아닌가 싶다"고 지금의 현상을 분석했다.
이 작곡가는 "감성을 강조한 발라드 풍 힙합 음악은 리쌍, 다이나믹듀오 등 몇 팀에 의해 꾸준히 시도돼 왔다"며 "프라이머리가 흑인 음악에 가까운 힙합 음악으로 인기를 모았다면 배치기는 대중성을 강조한 힙합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전체적인 분위기에 반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는 "감성 힙합이 한국에서만 변종, 파생된 말인 것 같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있는 발라드에 랩이 접목된 듯한 노래를 말하는 건 힙합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2013년 1월의 음원차트는 '힙합'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위에서 언급된 배치기, 긱스, 버벌진트, 프라이머리 외에 소녀시대가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에서 힙합걸에 도전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인피니트는 힙합 유닛 인피니트H로 대중성을 노려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아이돌그룹 B.A.P 역시 감성 힙합을 내세운 '빗소리'로 인기에 시동을 걸었다.
프라이머리가 소속된 아메바컬쳐의 한 관계자는 "힙합이 단순히 음악이 아닌,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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