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롯데 자이언츠 우완 송승준(33)은 후회없는 한 해를 보냈다. 28경기에 등판, 163이닝을 소화하며 117개의 탈삼진을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3.31로 2007년 한국무대 복귀 후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성공. 송승준은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평균자책점은 가장 좋았지만 4년 연속 이어오던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이 중단되고 말았다. 송승준은 7승 11패를 기록하며 풀타임을 치른 이후 가장 적은 승리를 거뒀고 반대로 패전은 가장 많이 기록했다.
매년 시즌 초 승운이 따르지 않던 송승준이었지만 지난해는 오히려 시즌 중반에 운이 없었다. 6월과 7월 두 달동안 송승준은 8경기에 나섰지만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때문에 송승준은 연봉협상에서도 어느정도 손해를 봤다. 모든 성적 지표는 역대 최고였지만, 팀의 에이스 투수로서 7승에 그친 게 그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송승준은 지난해 연봉 3억원에서 1천만원 인상된 3억1천만원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웃으며 "집사람이 올해는 꼭 다승왕을 해 버리면 된다고 위로해줬다"는 그의 말에서 모든 걸 잊고 올 시즌 야구에만 전념하겠다는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매년 캠프 때마다 투수들은 선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지만 송승준은 거기에서 비껴가 있다. 토종 선수로는 유일하게 선발 한 자리를 맡아놓은 상황. 작년 투구패턴이나 공이 워낙 좋았기에 올해 역시 작년의 감각을 잊지 않고 유지하는 게 그의 목표다. 송승준은 "특별히 시즌을 대비해서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안 아픈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송승준의 컨디션은 100%가 아니다. 지난해 그를 꾸준히 괴롭혔던 왼쪽 골반 통증이 도졌다. 심한 건 아니지만 투구를 할 때 조금 거북할 정도다. 송승준은 "공을 안 던지다가 오랜만에 던져서 그런 것 같다"면서 "좀 더 던져서 몸이 확실히 풀리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송승준은 같은 부위에 찾아 온 부상으로 잠시 2군에 다녀오기도 했었다.
송승준의 이번 캠프 과제는 주무기를 가다듬는 것. 지난 시즌을 앞두고 송승준은 포크볼 대신 커브나 슬라이더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송승준 하면 포크볼'이라는 타자들의 선입견을 파고들기 위한 방책이었다. 올해는 새로운 구질 개발 대신 더욱 날카롭게 다듬는 게 과제다. 그는 "작년 커브로 재미를 봤다. 다른 공을 던지기 보다는 내가 갖고 있는 구질을 강화시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선발투수로 중요한 건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두는 것임을 깨달은 송승준이다. 그는 "전반기에 최소한 5승 정도만 한다면 10승 복귀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송승준은 전반기 4승에 그쳤고, 결국 두 자릿수 승리에 실패했었다.
롯데에서 마지막으로 다승왕이 나온 건 2009년 조정훈(14승)이 마지막이었다. 김시진 감독은 롯데를 선발진 강화를 올 시즌 첫 번째 목표로 내건 상황. 송승준의 어깨에 올해 롯데 성적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승준이 올해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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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