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29일 일본 오키나와의 고친다구장. 훈련을 모두 마친 오후 3시15분쯤 마지막으로 공포의 대운동장 10바퀴 장거리 러닝이 이어졌다. 오전 9시부터 잠깐의 식사 이후 오후까지 쉴새 없이 이어진 훈련에 선수들은 진이 빠질 대로 빠졌지만 휴식을 하루 앞두고 반드시 거쳐야 할 마지막 관문이었다.
3바퀴를 돌 때까지는 우렁찬 구령과 웃음기가 입가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조금씩 숨이 차기 시작한 선수들의 표정이 일그러져갔다. 이를 본 김성한 수석코치가 신인 투수 김강래에게 "강래야, 군가 좀 불러봐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강래가 군가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을리가 없었다.

그때 그 순간 한화 주장 김태균이 갑자기 "왼발, 왼발!"을 외치며 힘차게 구령을 넣었다. 이어 "군가를 시작한다. 군가는 멋진 사나이"라고 힘껏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갑자기 모든 선수들이 "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바로 내가 사나이, 멋진 사나이"라며 군가를 신나게 합창했다.
순간 운동장은 웃음폭탄이 터졌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쟤들 중에서 군대 갔다온 애가 얼마나 있나"며 기다렸다는듯 합창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응룡 감독이 한화 캠프를 일컬어 설명한 '논산훈련소'라는 표현이 그대로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군기가 바짝 달아오른 선수들은 어느 누구하나 예외없이 10바퀴를 모두 완주했다. 우리나이 불혹의 최고참 강동우도 맨끝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며 독려했다. 김성한 수석도 "강동우 화이팅!"이라며 힘을 불어넣었고, 강동우도 오른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기분 좋게 화답했다.
약 6km 정도의 장거리 러닝이었지만 어느 정도 몸에 익었는지 선수들은 러닝을 마친 후 익숙한 뒷걸음질로 쉼호흡하며 하루를 정리했다. 달콤한 휴식을 앞두고 보람찬 하루 일과를 마친 훈련병이 따로없었다. 오키나와의 뜨거운 햇볕 아래 한화 선수들의 얼굴도 보기 좋게 그을려지고 있었다.
waw@osen.co.kr

오키나와=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