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정민 "서른 다섯에 야구가 재밌다니"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1.30 10: 30

"이제 여유도 생기고 야구가 재미있어 졌다. 늦게라도 알게 돼서 요즘 정말 행복하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이정민(34). 데뷔 당시에는 강속구 투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한 선수다. 2002년 롯데에 입단한 이정민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통산 12승을 거두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작년 시즌 막판 1군에서 뒤늦게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이후 포스트시즌까지 출전하며 중용됐다.
덕분에 이정민은 올해 사이판 전지훈련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1군에서 활약했지만 이정민은 결코 마음을 놓지 않는다. "일본 가고시마, 시범경기를 거쳐 개막 엔트리에 드는 게 당장의 목표"라며 끝없는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만을 보일 뿐이다.

이정민에게 지난해 SK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8월 29일, 이정민은 선발자리가 구멍나 대신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감독도 코치도, 본인까지도 '5이닝만 막자'는 목표 뿐이었다. 하지만 이정민은 그날 인생 최고의 피칭을 했다. SK를 상대로 8이닝 9피안타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것. 8회까지 무실점으로 SK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 생애 첫 완봉까지 노렸지만 9회 실점을 허용하며 승리투수가 되는데 만족해야 했다.
무려 9년 만의 선발승, 단순히 긴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와 승리투수의 기쁨을 누린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날 경기를 계기로 이정민은 야구의 재미를 다시 찾았다. 처음 글러브를 끼며 두근거렸던 마음을 서른 다섯살이 된 지금에야 다시 느끼게 된 것이다.
롯데의 사이판 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난 이정민은 고된 훈련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밝았다. 이제는 고참선수가 됐지만 마치 신인처럼 누구보다 많이 뛰고, 또 많이 던지려고 한다. 그는 "이제 야구가 재미있는 걸 알았다. 한 발 물러서서 여유를 가지니까 야구가 재미있게 다가오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기분을 모르고 은퇴하는 선수도 많을 것이다. 늦게라도 야구가 재미있다는 걸 알게 돼서 요즘 정말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해 SK전 이야기를 다시 꺼내자 이정민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그는 "SK전 이후로 자신감을 얻었다는게 가장 큰 성과"라면서 "이제까지 '될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된다'라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동시에 야구가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정신적인 면에서만 도움을 받은 건 아니다. SK 타선을 상대로 이정민은 체인지업의 위력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는 "유독 직구가 잘 들어갔지만 사실은 체인지업 제구가 정말 잘 됐다. 원래 나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지는 정통파 투수인데 그날 체인지업을 섞으니 타자들이 타이밍을 못 맞추더라. 완급조절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그래서 올해는 체인지업을 좀 더 가다듬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민에게 있어서 2년 선배 이용훈은 계속 쫓아야 할 목표다. 동삼초-경남중 2년 선배인 이용훈은 이정민에게 있어서 롤 모델이다. 지난해 이용훈은 롯데 마운드의 구세주로 떠오르며 뒤늦게 불꽃을 태웠다. 이정민은 "정말 안 될때는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작년에 이용훈 선배님이 하는걸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면서 "2013년에는 내가 제 2의 이용훈이 되고싶다. 아니, 꼭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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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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