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마무리 경쟁, 무게추는 정대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1.30 06: 04

"더블 스토퍼는 없다. 그것은 곧 엔트리 낭비다".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55) 감독의 선언으로 주전 마무리 경쟁이 치열하다. 김 감독은 "투수 엔트리가 한정적인데 마무리투수를 두 명 쓰면 그만큼 다른 투수들에게 부담이 간다. 정대현과 김사율 중 마무리투수는 한 명만 쓸 것"이라고 선언했다.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이다. 마무리 투수를 맡길 만한 자원이 없어서 고민인 구단이 적지 않지만 롯데는 오히려 그 반대다. 지난해 34세이브로 구단 역사상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운 김사율(33)이 건재하며, 부상 복귀 후 철벽과 같은 모습을 자랑했던 정대현(35) 역시 강력한 후보다.

두 투수의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굳이 따지자면 둘 다 전통적인 의미의 마무리투수 스타일과는 다른 선수다. 김사율은 빠른 공 대신 다양한 변화구와 로케이션, 그리고 제구력으로 타자를 돌려 세우는 투수다. 정대현의 공은 그보다 더 느리다. 가장 빠른 공이 135km를 넘지 않는다. 대신 싱커와 커브의 조합이 훌륭하고 공의 움직임이 매우 심하다. 정대현이 불펜피칭을 할 때 포수들은 더욱 긴장을 한다. 잠시만 집중력을 잃어도 공을 놓치기 일쑤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미 둘 중 한 명만 마무리 투수로 쓰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마무리를 맡지 않는 투수는 중간계투로 어느 위치에서나 나올 수 있다. 또한 주전 마무리가 3일 연속으로 등판했는데 또 세이브 상황이 온다면 대신 몇 번씩 나갈 수는 있을 것"이라는게 김 감독의 구상이다.
두 선수 모두 어느 자리에서나 제 몫을 하는 투수다. 김사율은 원래 중간계투 출신으로 2011년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주전 마무리로 전환했고, 정대현 역시 SK 시절 중간계투와 마무리 전천후 활약을 했다. 김 감독은 "마무리로 낙점받는 선수가 더 뛰어나고 아닌 선수가 못하는 개념은 아니다. 누가 더 보직에 어울리느냐에 따라 갈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사율과 정대현 가운데 누가 유리한 상황일까. 정민태(43) 투수코치는 "현재까지는 정대현이 (주전 마무리로) 가는 쪽으로 생각 중이고 그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아직 확정적인 건 아니다. 일단 시즌 시작 전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정대현은 무릎 부상과 수술로 8월에야 복귀를 했지만 올해는 아픈 곳 없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시즌 시작 전까지 두 선수의 컨디션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특히 정대현은 WBC에 출전하기에 시즌 초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정 코치는 "정대현은 워낙 노련한 선수 아니냐. 트레이닝부터 시작해서 훈련 일정 짜는 것까지 정대현은 우리가 일절 간섭하고 있지 않다. 말 안해도 알아서 잘 하는 선수"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롯데 불펜이 강력해진 배경에는 튼튼한 마무리투수가 있었다. 뒷문에 튼튼해야 한 시즌을 잘 치를 수 있는 건 야구 상식이다. 김사율과 정대현이라는 '꽃놀이패'를 쥔 롯데가 어떤 결정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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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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