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를 던지면 8개 정도 스트라이크가 들어간다".
전설적인 잠수함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신용균(75) 한화 투수 인스트럭터가 '광속 사이드암' 정재원(29)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응룡 감독 부임과 함께 한화의 투수 인스트럭터로 함께 하고 있는 신용균 인스트럭터는 한화 잠수함 투수 중에서 정재원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올 시즌 활약을 기대케 했다.
신용균 인스트럭터는 "정재원이 아주 괜찮다. 컨트롤이 문제였다고 들었는데 지금 캠프에서 던지면 10개 중 8개가 스트라이크로 들어간다. 볼 1개를 스트라이크존에 넣고 뺄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있다. 변화구가 다양하지 못하지만 볼이 묵직하고 힘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재원은 사이드암이지만 최고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가 주무기다. 그러나 데뷔 후 오랜 시간 컨트롤 불안으로 강속구의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신용균 인스트럭터는 "투구폼 자체가 너무 빨리 던지려다 보니 팔로만 던지는 동작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는 폼도 안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안산공고가 배출한 최초의 프로야구 선수로 지난 2004년 한화에 입단한 정재원은 프로 통산 80경기에서 1승7패6홀드 평균자책점 8.81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에도 14경기에서 승리없이 2패3홀드 평균자책점 8.55로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하지만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신용균 인스트럭터를 만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정재원은 "지난해에는 볼 스피드를 포기하고 제구 위주로 던졌다. 그러나 타자에게 맞는 건 똑같더라. 결국 내 장점을 살리는 수밖에 없었다"며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컨트롤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직 크게 좋아졌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여러모로 부족하다"고 말을 아꼈다.
오랜 시간 그를 괴롭히고 있는 컨트롤 불안. 정재원은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심리적인 문제에서 찾았다. 그는 "결국 멘탈이 문제였다. 지난 몇 년간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제구가 흔들렸다"며 "그래서 올해는 너무 부담을 갖지 않으려 한다. 별다른 목표도 세우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기 발전을 위한 노력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잠수함 투수들의 필수 구종이라 할 수 있는 싱커도 연습하고 있다. 컨트롤이 동반된 강속구와 싱커가 조화를 이룬다면 상대가 쉽게 공략하기 어렵다. 한화가 정재원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도 그 정도로 빠른 스피드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재원은 올해부터 등번호도 1번으로 바꿨다. 그는 바뀐 등번호의 의미에 대해 "넘버원?"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동안 마음을 짓누른 부담의 짐을 덜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에서 정재원은 조용히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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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