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장 진해’, KBO-NC 창원 포기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30 06: 05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통합창원시가 신축 야구장 부지로 진해육군대학 부지를 선정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NC 다이노스의 강력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연고지 이전 가능성도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표류를 거듭하던 창원시 의회는 29일 야구장 신축 부지를 논의한 끝에 진해육군대학 부지를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29일 ‘청사 소재지 선정을 위한 9인 위원회’에서 시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시 측은 30일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야구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후보지 중 최악의 부지에 야구장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당초 신축구장 타당성 평가에서는 창원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부지와 마산 종합운동장 부지가 1·2위를 차지했다. NC도 두 곳 중 하나에 경기장을 지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선두권과 100점 가량 떨어진 채 11위에 그쳤던 진해육군대학 부지가 최종 후보에 올랐고 결국 선택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초 진해육군대학 부지는 최종 후보 3곳에도 끼지 못할 신세였다. 그러나 정치적 논리로 생명력을 유지했다. 창원에는 통합창원시의 시청이 들어선다. 경남도청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공약대로 마산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진해에는 야구장을 준다는 다분한 정치적 논리다. 그러나 야구계와 지역 야구팬들은 반발하고 있다. 너무 열악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창원 마산 진해가 뭉친 통합창원시의 인구는 115만 명이다. 그 중 진해의 인구는 18만 명으로 전체의 10% 밖에 안 된다. 창원이라는 행정구역 안에 묶여 있기는 하지만 시장성은 창원이나 마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게다가 창원과 마산의 상권을 흡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교통이 불편한 데다 심리적인 거리감도 크기 때문이다.
진해에서는 “창원이나 마산에서 20분 거리다. 서울이나 부산에서도 야구장에 가려면 다 그 정도 시간은 걸리지 않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역 야구팬들은 “진해로 가는 유이한 도로인 장복-안민터널은 상습 정체구간이다. 제 시간에 맞춰 야구장에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맞서고 있다. “차라리 사직에 가는 것이 더 편하다”라는 팬들도 있다.
게다가 육군대학부지는 아직도 국방부 소유다. 토지 수용도 문제이지만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용도 변경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바로 공사에 들어간다 해도 창원시가 약속했던 2016년 3월까지 시간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NC가 창원을 철썩 같이 믿고 KBO에 납부했던 예치금 100억 원도 허공에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이에 KBO는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KBO의 한 관계자는 “KBO가 예치금에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니다. 대안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신축구장 부지다. 시장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진해는 아니라는 게 내부의 판단이다. 프로야구 흥행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원정 팬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조만간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KBO는 진해육군대학 부지가 최종 낙점될 경우 창원시에 강력 항의한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창원시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연고 이전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연고지 이전 절차는 우선 NC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 이사회가 모여 이를 심의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기존 팀들이 있는 연고지로는 이동이 불가하지만 전주나 울산과 같이 야구단이 없는 도시로는 연고이전이 가능하다.
그간 KBO와 창원 사이에 끼어 난색을 표시했던 NC도 이번 결정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해에 경기장이 지어지면 자생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기에 NC 또한 그간의 노력을 손해보더라도 연고지 이전이라는 강수를 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고지 이전의 전제 조건이 NC의 요청인 만큼 이 부분도 당분간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어쨌든 올해는 어쩔 수 없이 마산 야구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NC는 최대 피해자로 울상을 짓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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