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서 꼬박 8~9년을 뛰어야 얻을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은 그간 묵묵히 땀을 흘린 선수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그래서 예비FA 때의 연봉협상은 그 전초전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올해 희비는 유난히 극명하게 엇갈렸다.
프로야구 9개 구단의 연봉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정상적으로 2013년을 보내면 FA 자격을 취득하는 예비FA들의 연봉도 결정됐다. 예비FA들은 보통 ‘프리미엄’을 얹은 연봉을 받기 마련이다. 200~300%에 이르는 보상금 장벽을 치기 위한 측면도 있고 선수들의 마음을 사려는 구단의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비FA 효과는 드러났지만 모든 선수들이 이 혜택은 받은 것은 아니다.
가장 밝게 웃은 이들은 역시 SK 소속 선수들이다. 가장 마지막에 연봉협상을 끝냈지만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 우선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는 지난해 3억1000만 원에서 2억4000만 원이 뛴 5억5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고과 이상의 인상폭이다. 송은범도 2억4000만 원에서 100% 오른 4억8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성적에 따라 FA자격을 얻을 수 있는 최정도 2억8000만 원에서 5억2000만 원으로 연봉이 훌쩍 뛰었다.

SK는 그간 예비FA 프리미엄이 없는 대표적인 팀이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내부FA 유출에 고심한 끝에 올해는 화끈하게 챙겨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구단의 최초 제시액에 선수들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구단의 달라진 방침에 세 선수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
그 외에도 강민호(롯데)의 연봉에도 주목할 만하다. 내년 FA시장의 최대어로 손꼽히는 강민호는 일찌감치 구단에 ‘백지위임’을 선언했다. 백지위임을 해도 예비FA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롯데도 이를 간과하기 어려웠다. 결국 강민호의 연봉은 지난해 3억 원에서 올해 5억5000만 원으로 대폭 올랐다. 롯데는 당초 설정한 구단 연봉 총액 외에서 강민호의 연봉을 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시할 수 없는 프리미엄이었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보인 이대형(LG)도 팀의 서슬 퍼런 ‘신연봉제’ 기준을 예비FA 프리미엄으로 피해간 사례다. 이대형은 지난해 101경기에서 타율 1할7푼8리, 46안타, 25도루에 그쳤다. 신연봉제의 기준이라면 기존 연봉 8500만 원도 반토막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LG는 이대형의 특수한 신분을 동결로 보상해줬다. 말은 많았지만 선수로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삼성도 FA자격 취득을 앞둔 선수들에게 비교적 큰 인상폭을 제시했다. ‘대장’격인 오승환은 3억8000만 원에서 1억7000만 원 인상된 5억5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오승환은 이 이상의 금액을 원했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봤을 때 적은 금액은 아니다. 장원삼 또한 2억5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 오른 4억 원에 계약하며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은 누렸다는 평가다.
반면 그 반대의 팀들도 있었다. KIA가 대표적이다. KIA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에이스 윤석민의 연봉을 3억8000만 원에서 동결했다. 메이저리그(MLB) 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상황 인식도 있었지만 그래도 고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3억 원에서 4000만 원 오른 데 그친 이용규 역시 외야수 최대어치고는 특별한 프리미엄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두산의 예비FA들은 오히려 연봉이 깎였다. 손시헌은 전년 대비 1700만 원이 삭감된 1억8000만 원에 재계약했고 이종욱도 800만 원 깎인 1억9700만 원에 연봉 계약을 맺었다. 두 선수가 지난해 부상에 시달리거나 다소간 부진했다고는 해도 예비FA 선수들이 삭감의 한파를 맞는 것은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 한화 이대수 역시 1억4000만 원의 동결된 금액에 재계약해 프리미엄을 누리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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