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인천방어작전’이라고 불릴 만하다. 인천의 스타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타 구단들에 맞서 SK가 전역에 견고한 방어벽을 쳤다. 그 방어벽은 재질은 ‘현금’이었다.
SK는 29일 팀 내 연봉 미계약자였던 정근우 박희수 송은범 최정과의 2013년도 연봉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역시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격을 얻거나 얻을 가능성이 있는 정근우 송은범 최정의 연봉이다. 타 구단에서 “액수를 보고 놀랐다”라고 말할 정도로 파격이었다.
세 선수 모두 똑같이 2억4000만 원씩이 올랐다. 이로써 정근우는 5억5000만 원, 최정은 5억2000만 원, 송은범은 4억8000만 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물론 세 선수는 그간 SK 왕조 구축의 일등공신들이었다. 팀 내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고과 이상의 인상폭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예비FA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렸다. 선수들도 일정 부분 인정하는 결과다.

의외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그간 SK는 예비FA 프리미엄이 아예 없는 구단이었다. 지난해 롯데로 이적한 정대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대현의 2010년 연봉은 2억3000만 원이었다. 2011년을 끝으로 FA자격을 얻는 정대현임을 감안할 때 2011년 연봉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정대현의 2011년 연봉은 단 3000만 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진영 이승호 등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처럼 예비FA 프리미엄에 인색했던 SK가 확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위기의식이다. SK는 최근 이진영 정대현 이승호 이호준 등 내부FA들이 속속 팀을 떠났다. 그 이유 중 하나가 FA 프리미엄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내부 분석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FA 프리미엄이 아예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철저히 고과대로 연봉을 책정했다”라면서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라고 구단 사정을 털어놨다.
내부FA가 유출되면서 SK는 전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굵직한 FA를 영입한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이적하다보니 팬들의 반발도 심했다. 구단의 정체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선수들의 사기와 타 구단의 인식도 고려해야 했다. 그간 타 구단들은 SK의 이러한 방침을 역이용하곤 했다. SK 소속 FA선수들에 대한 접근을 만만하게 생각한 부분 역시 없지 않았다.
그래서 SK는 고심 끝에 방향을 바꿨다. 올해부터는 FA 프리미엄을 인정하기로 했다. 또 이왕 챙겨줄 것이라면 화끈하게 챙겨주기로 했다. 여기에 이 선수들을 결코 내주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사 표현도 필요했다. 이 관계자는 “2달간 내부에서 FA 프리미엄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금액을 조율했고 최종적으로 28일 금액을 통보했다”라고 했다. 선수들은 예상보다 후한 금액에 곧바로 도장을 꺼내들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도 이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SK는 앞으로도 박재상 김강민 박정권 김광현 등 팀 내 핵심 선수들이 차례대로 FA 자격을 얻는다. “FA 프리미엄은 확실하게 챙겨주겠다”라는 메시지가 이번 계약을 통해 충분히 드러난 만큼 남은 선수들도 인식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구단에서는 “정대현이 팀을 떠나면서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라고 했다. 어찌 보면 떠난 정대현이 후배들의 대박을 열어준 셈이다.
skullboy@osen.co.kr
[스페셜 프로모션] 정통야구매거진 오!베이스볼 정기구독 Big이벤트-글러브 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