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오 마라유조 레푼데스(41, 브라질) 감독대행의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파비오 대행은 '업그레이드' 전북의 우승을 꿈꾸고 있다.
국내외 프로축구팀을 막론하고 피지컬 코치가 감독으로 부임하는건 흔치 않은 일이다. K리그에서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전북은 지난해 말 이흥실 전 감독대행 사퇴 공백을 파비오 피지컬 코치에게 맡겼다. 파비오 감독대행은 오는 6월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전북으로 복귀할 때까지 지휘봉을 잡는다.
직접 대화를 나눠보니 축구 철학도 확실했다. 파비오 감독대행은 시한부 6개월 동안 피지컬 코치 출신 사령탑 편견 깨기에 나선다. 전북 감독대행 선임 소식을 들은 직후 "첫째로 정말 많이 놀랐고 두번째로 전북이 나를 필요했으니 최선의 노력으로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세번째로 엄청난 책임감이 들었다. 부담감이 아닌 책임감이다"는 파비오 대행은 "축구 경기 시작하기 전의 긴장감, 번지점프를 앞두고 뱃속에 개미가 기어다니는 느낌은 당연히 갖고 있다. 그러나 내 걱정은 훌륭한 멤버로 어떻게 우승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다. 내가 지면 욕먹고 손가락질 받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아니다.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미리 발동동 구르지 않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피지컬 코치 출신 감독에 대한 의문부호도 긍정했다. "한국에서 드문 케이스니 그분들이 걱정하고 의문점을 갖는건 당연하다. 그래도 팀에서 100% 믿음을 줘 행복하다. 승리를 보여주면 의문점을 하나씩 지워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파비오 대행은 가슴 속에 선수든 감독이든 축구인이 되자는 꿈을 품고 자라왔다. 축구선수를 하다가 14살 때 무릎 부상을 크게 당했고 17살까지 축구와 학업을 병행하다 1992년 축구 관련 학교 체육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 축구선수 생활 미련을 못버리고 뛰었는데 다쳤던 무릎을 또 다치면서 "축구선수는 진짜 안맞구나" 싶었다. 파비오 대행은 석사, 박사 학위를 딴 뒤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축구 관련일을 해왔다. 1996년부터 3년간 브라질 플루미넨세 여자팀 감독을 역임했고, 2009년부터 2년간 사우디 알 라에드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다.
"모든 준비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선수들도 너무 즐거운 분위기로 훈련으로 임해 뿌듯하다. 훈련 중 나올 수 있는 부상은 아쉽지만 재활을 통해 바로 잡고 있다"고 전한 파비오 대행은 새로 영입한 이승기와 정인환, 케빈 등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전북 선수들이 부족함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팀의 좋은 선수들이 가세해 전북 색깔을 물들여 하나가 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각 포지션에 강력하고 훌륭한 선수가 2명씩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중요한게 채워졌다"는 것.
"전북의 닥공 스타일을 상당히 좋아한다. 닥공으로 2011년 우승했다면 2013년에는 닥공+닥수(닥치고 수비)로 정상에 서겠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는 의지"라고 밝힌 파비오 대행은 "이동국이 대표팀 소집으로 팀을 비우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이동국-케빈 투톱 카드, 이동국이 없을 때 케빈이 그의 몫까지 다하는 카드, 케빈이 다쳤을 때 동국이가 그의 역할을 다해주는 카드를 다 머릿속에 담고 있다. 비장의 무기라 그 이상은 말 못한다"며 웃었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돌아오는 6개월 뒤 거취에 대해서도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최강희 감독님이 6개월간 집 관리를 내게 맡긴 거다. 집안의 가구를 옮기거나 갖다 버리는게 아니다. 집이 더러우면 청소하고, 문고리가 고장나면 고치며 집주인이 돌아 오기를 너무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최 감독님의 믿음이 있었기에 감독대행을 맡을 수 있었다. 돌아오면 내가 어떤 직책을 맡든 계속 같이 가고 싶다"고 전했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