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성공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백정현, 김기태(이상 투수), 모상기(내야수) 등 삼성 라이온즈의 1987년생 동갑내기 삼총사가 숨겨왔던 잠재 능력을 발휘해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상원고 출신 좌완 백정현은 장차 삼성 마운드를 이끌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2010년 4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만 몰두했던 백정현은 지난해 2군 무대에서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다. 40차례 마운드에 올라 2승 1패 6홀드(평균자책점 1.69).
양일환 2군 투수 코치는 "2군 투수 가운데 백정현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군 무대에서도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후반기 4차례 등판을 통해 1홀드를 거뒀다. 0.00의 평균자책점에서 알 수 있듯 투구 내용도 만점에 가까웠다.

"이제는 정말 잘할 때가 된 것 같다"는 백정현은 괌 1차 캠프에서도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키나와 에이스'라는 수식어처럼 해마다 전훈 캠프에서만 두각을 드러냈던 그는 시즌 내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릴 각오다.
정현욱의 LG 이적과 안지만, 권오준의 부상 공백 속에 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얼마든지 있다. 권혁을 제외하면 마땅한 좌완 계투 요원이 없다는 점도 백정현의 1군 진입 가능성을 높여준다.
동산고 시절 류현진(LA 다저스)과 함께 쌍두 마차로 평가받았던 우완 김기태는 지난해 팀내 2군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승수(7승)를 쌓았다. 평균자책점 또한 2.79로 안정된 편이었다. 지난해 10월 5일 광주 KIA전서 선발 등판의 기회를 얻은 김기태는 5이닝 4실점(8피안타 1볼넷 2탈삼진)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성공 가능성을 엿보였다. 당시 류중일 감독은 "선발 재목으로 괜찮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기태는 "그동안 많이 답답했다. 기회는 많았는데 제대로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동안 받았던 기회를 호성적으로 되갚은 게 올 시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체중을 감량하는 등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절친' 차우찬은 2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으며 1군 주축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백정현과 김기태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아닐 수 없다. 장차 삼성 마운드의 미래를 책임질 백정현과 김기태가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분명한 건 예년보다 기회는 많아졌다. 이들이 어느 만큼 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좌우될 듯.
거포 기대주 모상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목. 2011년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의 부진 속에 1군 승격의 기회를 얻은 모상기는 괴력을 선보이며 1군 무대에 안착하는 듯 했다. 그러나 모상기의 활약은 오래가지 않았다. 4차례 대포를 가동했지만 타율 1할8푼9리(74타수 14안타)로 정확성은 부족했다.
타석에 들어서면 한 방만 노렸던 그는 변화구 대처 능력을 비롯해 정확성 향상에 주력했으나 아직까지 배워야 할 게 더 많은 상황. '국민타자' 이승엽의 뒤를 받칠 1루 백업 요원과 박석민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우타 거포가 눈에 띄지 않는다. 모상기가 제 몫을 해준다면 두 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괌 1차 캠프에 참가 중인 그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프로 세계는 냉정하다. '기대주'라는 보호막 아래 오랫동안 머무를 순 없다. 또다른 기대주가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이제는 터질 때가 됐다. 올 시즌 1987년 삼총사가 한꺼번에 잠재 능력을 선보인다면 삼성의 전력은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세대 교체까지 이뤄지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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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현-김기태-모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