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달은 5월이지만 극장가에서만큼은 1월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부성애와 모성애를 다룬 영화들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박수건달’, ‘레미제라블’은 지난 28일 각각 박스오피스 1위, 2위, 5위를 차지하며 추운 겨울 가슴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취향을 증명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일별 스크린 점유율 기준)
지난해 12월 중순 개봉해 6주째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 ‘레미제라블’은 부성애와 모성애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불행한 여인 판틴(앤 해서웨이 분)의 딸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 분)를 맡아 기르게 된 도망자 장발장(휴 잭맨 분)은 자신을 쫓는 자베르 경감(러셀 크로우)을 피해 살아가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아이를 헌신적으로 돌본다. 목숨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를 전쟁터에서 이끌고 나오는가 하면, 딸의 행복을 위해 그의 곁을 떠나는 장발장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진한 부성애를 느끼게 했다.

또한 극 중 코제트의 엄마 판틴이 불행에 처하게 된 것은 오로지 여관집에 맡겨 둔 딸을 부양하기 위함이었다.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쫓겨나고 머리카락을 팔게 되며 결국에는 사창가의 여인이 된 판틴은 가난과 절망적인 상황에도 딸을 향해 끊을 수 없는 모성애를 그려내며 영화의 명장면들을 만들었다.
배우 류승룡의 바보 연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7번방의 선물’ 역시 뜨거운 부성애가 담긴 영화다. 극 중 주인공 용구(류승룡 분)는 여섯 살 지능의 바보지만 딸 예승이(갈소원 분)를 향한 사랑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딸 예승이를 애타게 찾고 그 마음은 7번방 죄수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로 하여금 아이를 감옥에 데려올 계획을 세우게 만든다. 영화 후반부 용구 부녀의 작별 장면은 지능은 낮지만 헌신적인 아빠 용구의 마음이 제대로 그려졌기에 더욱 애타고 슬픈 장면이 됐다.
조폭코미디 ‘박수건달’에도 모성애적 요소가 들어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혼수상태에 빠진 딸(윤송이 분)을 포기하지 않고 깨어나기만을 바라는 엄마(정혜영 분)의 모성애가 코미디 영화임에도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고 있는 것. 코미디 영화에 들어간 의외의 모성애적 코드는 웃음과 눈물을 보두 원하는 한국 관객들에게 적절하게 어필돼 영화의 인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세 작품 외에도 ‘타워’ ‘더 임파서블’ 등의 영화가 부성애와 모성애 코드로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나란히 박스오피스 7위와 8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영화는 재난 영화 특유의 단골 소재 가족애를 그려내며 영화 속 드라마의 한 축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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